관행·피해자 합의 등 이유로 집행유예 감형, 원심유지…봐주기 판결 논란
[미디어펜=이상일 기자]2014년 섬 염전으로 팔려간 장애인들의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 등 인권유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사법처리된 염전 업주들이 잇따라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법원 1·2심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고 있다.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봐주기 판결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준사기 혐의로 기소된 염전 업주 박모씨(64)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지능이 낮은 피해자를 속여 4년 가까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비인격적인 대우 등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뒤늦게나마 범행을 뉘우치고 변제(7500만 원)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0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전남 신안 자신의 염전에서 일한 A씨에게 임금 400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4년간 피해자에게 준 돈은 500만 원에 불과하다.

박씨는 A씨가 상대적으로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에 원활하지 않은 점을 악용, 숙식 제공을 빌미로 월급을 주지 않았다.

앞서 광주고법 형사 1부는 2014년 9월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떼먹고 폭행하거나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염전 업주 4명에게 징역형의 원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하거나 집행유예 원심을 그대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수 염전에서 관행적으로 위법행위가 이뤄졌고 업주들이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지난해 7월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10년간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 먹은 염전 업주를 증거불충분을 들어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이에 장애인·인권단체는 노동착취, 상습 폭력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관대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염전노예 사건은 2014년 한 피해 장애인이 쓴 편지로 세상에 알려진 뒤 당국의 전수조사 및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고 밝혀진 피해자만 63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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