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자사에 유리한 보고서만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고자 서울대 수의과대 C 교수 연구팀에 원료 물질인 PHMG 저농도 실험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는 고농도 실험을 각각 의뢰했다.

이 실험은 2011년 10∼12월 3개월간 임신한 쥐를 활용, PHMG가 뱃속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생식독성 실험과 일반 쥐를 대상으로 한 흡입독성 실험, 2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C 교수팀은 그해 11월 14일 먼저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중간보고 형태로 옥시 측에 알렸다.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결과인 동시에 옥시에 불리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사흘 전인 1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폐섬유화) 사망을 초래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 흡입독성실험 결과가 발표된 것을 C 교수팀의 실험이 옥시의 의뢰를 계기로 뒷받침해준 꼴이 됐다. 

그러나 옥시는 올 1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자발적으로 검찰에 제출했다. C 교수진에게 옥시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결과를 유도한 정황도 나왔다. 불리한 실험 결과는 연구 교수진으로부터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옥시는 흡입독성실험 보고서가 나오기 전 연구용역비 2억5000만 원 외에 자문료 명목으로 C 교수 개인계좌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C 교수팀의 흡입독성 실험 데이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연구팀이 옥시의 부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는지, 연구팀과 옥시 간 뒷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001년 살균제 출시 당시 대표이사였던 신현우(68)씨는 소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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