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검찰이 '농약 사이다' 사건 피고인 박모(83) 할머니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평상시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수에 독극물을 타는 등 잔혹한 범행 수법을 사용했다"며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도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고 증거가 있는 데도 피고인이 반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온한 시골 마을 주민이 서로서로 의심하게 하는 등 더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고 시골 마을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며 "범행이 대담하고 피해가 막대한 점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1심과 마찬가지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피고인이 피해자 구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등에 농약 성분이 묻은 이유,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 문제점 등을 짚었다.

변호인단은 "80대 노인이 당황한 상황에서 다이얼을 눌러 구조요청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피고인이 잘못된 판단으로 구조가 지연된 것은 사실이지만 판단착오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범인으로 몰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농약 성분은 피해자들을 닦아 주는 과정에 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인 피고인 집에서 발견된 농약 성분이 나온 드링크제 병과 관련해서는 "제품명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하다"며 "집 안에 있던 것을 범행에 사용했다는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할머니는 최후 진술에서 "농약을 넣지 않았다. 너무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50여 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구조 노력을 하지 않는 등 범행 전후 미심쩍은 행동 등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살충제 구입경로 등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파고들었다. 1심 재판 증거조사 과정에 검찰이 유리한 증거 부분만 제시하는 등 절차상 문제점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리 범행 도구인 농약을 준비해 사이다에 넣고 이를 모르는 피해자들이 이 사이다를 마시게 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뒤 피해자들을 구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5월 19일 오후 2시 대구법원 1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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