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난폭한 술 중독자 고치기, 세계가 주목

암스테르담 동부 구역의 한 조그만 클럽회관에는 남자들이 한 무더기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언뜻 보면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건설 노동자들이 오렌지 반사 조끼를 벗어 던지고 그날 일당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농담을 건네며, 하이네켄을 홀짝거린다. 하지만 시간은 정오이고, 이 남자들은 알코올 중독자들이며 맥주가 바로 기다리던 일당인 것이다.

네덜란드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암스테르담 시는 자선단체와 힘을 합해 동네를 보다 깨끗하게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알코올 중독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려고 한다. 그들의 중독을 고치려고 하는 대신 노골적으로 그들의 술값을 대주는 방식으로 이런 일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쓰레기를 줍는 등의 가벼운 노동과 함께 건전한 식사를 제때 하고 스케줄을 지키는 대가로 맥주를 받게 된다.

암스테르담의 동구청장인 파키마 엘아티크는 "정치인들 대부분은 이런 시도를 받아들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알콜 중독자에게 술을 준다는 것이냐며 되묻거나 대꾸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취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알콜 중독자에게 술을 주는 것은 앞으로의 희망과 소속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당신들을 필요로 하고, 당신들은 정당하다는 느낌을 주며, 우리 구역에서 추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술 중독자 고치기 시범 프로젝트는 10명으로 이루어진 한 조가 1주 3일 간 오전 9시에 얼굴을 보여야 한다.

먼저 맥주 두 잔을 마시고 오전 일과를 하며, 점심을 먹은 후 맥주 두 잔을 더 마신다. 그리고 오후 일을 하고는 마지막 맥주를 마시면 끝난다. 이처럼 매일 맥주를 여러 잔 마시는 것은 물론 담배와 식사 한 끼, 그리고 10유로(13달러, 1만4300원)를 현찰로 받는다.

이 같은 시범 프로젝트 덕에 난폭하고 나이든 알콜 중독자들이 이 지역 공원에 파리처럼 날아들어 소란, 쓰레기 버리기 등으로 다른 산책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하는 일도 없어지고 있다는 게 암스테르담 동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경찰 순찰 강화 등 이들을 순화하고 퇴치할 여러 방법을 써 봤으나 별무효과였지만 시와 자선단체가 합세한 이 같은 방식은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철 기자 bc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