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한 방울의 땀, 지문 일부분 등 티끌만한 흔적만 있어도 가능한 유전자 감식을 활용한 범죄수사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영도경찰서는 27일 상습 절도 혐의로 최모씨(37)를 구속했다.

최씨는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부산 영도구 일대의 주택가를 돌며 출입문이나 창문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40차례에 걸쳐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휴대전화를 버린 채 도피, 1년간 잠적했다가 범행을 재개하기도 했다. 최씨는 빈집은 물론 주인이 자는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대담함도 보였다.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던 최씨는 영도구의 한 주택에 침입하면서 창문 틀에 흘린 한 방울의 땀 때문에 꼬리를 잡혔다. 

땀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분석해 범인을 검거한 사례는 또 있다.

올해 2월 특수절도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가 구속한 조모씨(42) 역시 서울 송파구와 강동, 강서, 관악, 금천구 등을 돌며 16차례나 절도행각을 벌였다.

희미한 폐쇄회로TV는 무용지물이었고, 지문조차 남기지 않아 경찰 수사는 난항이었다.

결국 범죄 현장의 방범 창살에 남은 장갑 자국에서 단서를 얻어 경찰은 조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장갑을 낀 손으로 창살을 꼭 쥐고 절단할 때 조씨 손에서 난 땀이 장갑 밖으로 스며 나온 것이다.

경찰은 땀에서 채취한 DNA를 전과자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조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달 3일엔 탈세 혐의로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바지선을 타고 몰래 입국한 사채업자 김모씨(53)가 해경에게 붙잡혔다.

김씨는 밀항 조직의 도움으로 2월27일 중국 닝보항에서 바지선을 타고 9일 만에 경남 거제 고현항으로 밀입국했다. 

뒤늦게 첩보를 접한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김씨가 달아나고 난 후였지만, 해경은 김씨가 숨었을 가능성이 큰 바지선 격벽 통로에서 단서를 찾았다.

김씨는 1.65㎡정도의 좁은 공간에 숨어 밀입국할 때까지 9일간 지냈는데 이때 사용한 물통과 옷은 물론 담뱃재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을 마치자마자 김씨의 소재파악에 나섰고, 며칠 후 서울 마포구의 한 고급빌라에 고급 승용차를 몰고 들어오던 김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2009년 기업을 대상으로 고리 사채업을 하면서 60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수사를 받자 여권을 위조해 2011년쯤 중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조세범 처벌법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되는 올해 5월 이전 국내에 밀입국해 주변 사람에게 그동안 해외가 아닌 국내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처벌을 면하려 했지만 사소한 흔적 탓에 완전범죄의 꿈은 무산됐다.

이달 13일 제주 산간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중국인 여성의 신원을 밝혀내는데도 조그만 단서가 큰 역할을 했다.

숨진 지 최장 4개월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 부패한 시신에서 신원을 알만한 유류품이 전혀 없었다.

경찰은 왼손 검지 지문이 유독 덜 부패한 것을 발견하고 신원파악에 나선 끝에 1㎝의 작은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지난해 10월 입국하면서 출입국 기록에 남긴 지문과 대조한 끝에 신원을 파악하고 이후 행적을 수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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