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 이행여부 체크 및 문제점 보완 추진 콘트롤타워 필요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세계 4위 원유 확인매장량, 세계 1위 천연가스 매장량 보유한 세계적 자원부국,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제1의 제조업 생산국, MENA 지역 제2의 인구대국.

박근혜 대통령의 '기회의 땅' 이란순방으로 잭팟을 터트렸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외교가 우리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현지 순방기간 수행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이란 기업들과 1대1 비즈니스 상담을 벌여 5억4000만 달러를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66개 양해 각서를 체결해 우리 기업들은 총 30개 인프라 사업에 371억 달러 규모를 일괄 수주 또는 가계약을 맺었다. 양해 각서 등이 체결되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456억 달러, 52조원으로 증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수주를 위한 양해각서의 성격인 만큼 앞으로의 과제와 논의가 필요한데도 성과에 급급한 발표라는 것.

현재 한국경제는 비상구가 필요하다. 생산 ·소비·투자·일자리 등 주요 경제지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정부가 '제2의 중동 붐' 조성으로 한국 경제의 회복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모멘텀을 발굴해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1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민관합동 토론회'에서 "멕시코, 이란 방문 때 동행한 경제사절단 덕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면서 "이번 성과를 우리 경제의 발전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중견기업이 새로운 주체로 나서야 하고 석유·가스 등 전통적 협력 분야를 뛰어넘어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 도시, 소비재 등 새로운 수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라 세계적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이란을 제1의 유망시장으로 지목하고 골드러시를 추진하고 있다.

1970~1980년대 경제적 어려움을 중동진출로 극복했듯이 다시 '제2의 중동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정부가 상을 차려놨다. 한국-이란간 교역과 투자 확대, 기업들의 현지 인프라 참여기반을 마련했다. 에너지 신산업과 신성장 동력분야로 경제협력을 다변화키로 합의했다.

경제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후속조치와 마무리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의 이란순방의 결실을 정치적 소모전을 펼칠 이유가 없다.

우리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이라는 구조적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고 대상 산업 부문을 도태시켜서는 더욱 안된다. 고전하고 있는 조선, 철강, 건설, 플랜트, 석유화학, 해운에 이란 특수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또 ICT, 보건의료, K-컬쳐 신규진출, 자동차 부품 고급 소비재 진출 확대가 가능한가에 활발한 논의와 실행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 순방의 노력을 시시비비하지 말고 결실로 맺어야 할 때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성과는 후속조치와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날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대통령의 이란방문, 대한민국에 주는 경제적 효과는?'이란 주제로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의 고임금, 중국 인도의 추격, 작아진 성장기회로 유럽선진국 참여러시로 70년대, 80년대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모처럼의 기회를 제2중동 붐으로 살려 위기의 한국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범국자적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양해각서 이행여부를 체크하고 문제점을 보완시 정해 나가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이 발간한 '이란의 주요 산업 현황과 우리 기업의 진출방안'에 따르면, 이란의 산업 발전 잠재력 3대 요소를 갖고 있다.

우선 자원이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세계 4위 원유 부존국이다. 아연, 구리, 철광석, 우라늄 등 여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이란은 MENA 제2의 인구대국으로 8100만명이다. 젊은 인구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로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교육수준으로 숙련 노동력 확보가 용이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제조업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중동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이기도 하다. 기초과학, 우주과학, 의학 등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여타 중동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석유의존적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 오일머니를 활용한 산업기반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란은 수입대체산업 육성과 수출 증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계류, 철강, 석유화학 부문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동안 금지됐던 원유, 천연가스 등 주요 산업의 교역이 가능해지고 각종 인프라 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이란은 새로운 교역과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신중동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Post-Oil Project와 Vision 2030(도시개발 관광 군수산업 등 비석유부문 비중 증대)과 연계한 새로운 중동붐을 일으켜야 한다.

또 중국성장둔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 분을  중동, 남미, 아세안, 인도 시장개척으로 보전하고 성장비타민을 찾아야 한다.

이란이 원유수출을 재개해도 아직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자금이 없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금융지원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수출입은행은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길을 넓히기 위해 이란 정부와 금융협력 강화에 나섰다. 수은은 수출금융 기본여신약정 90억 달러, 프로젝트파이낸스 방식 협조융자 45억달러, 전대금융 등 15억 달러로 구성된 총 150억 달러 금융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란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 가스 및 인프라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한 수은의 발빠른 금융지원이 가능해져 한국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이란 보건의료분야에 진출할 한국기업에 대한 수주 지원 체제도 구축했다.

다만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는 진출 대기업의 재무구조와 자금운영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는 2012년 47억 달러에서 2014년 21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제재 해제로 금융거래, 에너지, 자동차, 항만 등의 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빗장 풀린 이란를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은 뜨겁다. 중국은 지난 1월 시진핑 주석이 이란을 방문해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 등 각종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본 아베 총리도 올해 하반기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대이란 경제제재로 참여한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대이란 교역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11년 교역액이 174억달러에서 2012년 148억 달러, 2012년 100억 달러, 2014년 87억 달러에서 지난해 6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우리의 이란시장 점유율도 7.6%로 정점을 찍었던 2012년과 달리 2014년에는 5% 이하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은 승용차(9.6%)가 가장 많았으며  자동차 부품(7.9%), LCD TV(7.8%) 등이 뒤따랐다. 주요 수입품목은 원유로 전체 수입의 93%를 차지했고 상위 10개 수입 품목 모두 원자재였다.

이란과의 소원했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중동 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과거의 중동진출을 통한 경제적 협력 관계는 위험하다. 1970년대 한국의 중동 진출은 대기업 총수가 직접 중동에 가서 각국 왕자들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제1의 중동 붐을 역사적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제2의 중동 붐을 위해서 중동 진출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향후 중동 진출에 있어 대상 국가의 다변화, 진출분야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건설업은 경기 활성화와 기업의 이윤 창출에 유리하다. 그러나 미래에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중동 건설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중국은 우리의 과거 중동 진출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IT, 플랜트, 에너지 분야로 진출 영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던 과거의 진출 방식을 지양하고 중동 진출을 통한 개발이익을 해당 국가와 공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 교수는 "한국의 고임금으로 과거 70~80년대 토목건설 위주의 진출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차원의 기술개발 등 건설선진화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부분의 수주가 지명경쟁이나 수의시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평소 공식적인 외교관계나 비공식적인 친분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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