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잠재성장율 제고 위해 양적완화 및 구조조정 병행 필요
투자부진은 중장기 성장잠재력 훼손 결과 초래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한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을 병행하는 양적완화의 큰 줄기에서 기업구조조정만 지원하는 양적완화로 제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해 기업구조조정 자금의 숨통을 트여야 한다는 하나와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두 개의 목소리가 나왔다.

   
▲ 한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기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양적완화를 병행해야 하는 목소리가 높다./연합뉴스

이에 한국은행은 원칙이라는 명문을 내세워 의문형 뉘앙스를 띄웠지만 자본확충펀드 카드를 꺼내든 후 정부와 여야, 금융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같은 양적완화정책과 관련한 논쟁이 가열되면서 또 하나의 감자는 반드시 금리가 제로수준이어야 하는 의문이다.

11일 오전 여의도연구원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 재원 조달 마련을 위한 '한국판 양적 완화'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본원통화대비 통화량 비율인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만으로 통화공급이 되지 않아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다"라며 "반드시 제로금리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통화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M2)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다.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현금보유 성향과 지급분비율이 작을수록 통화승수는 커진다. 반대로 통화승수가 낮으면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한다.

한은이 발표한 '2016년 2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M2는 2285조3135억원,본원통화는 134조9130억을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16.94배를 기록하며 지난 1996년 10월 16.86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단기자금을 쫒는 투자행태도 지속됐다. 협의통화(M1, 현금통화/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예금)에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미만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금전신탁 등을 포함한 M2 또한 전년 같은 달 보다 8.3% 증가했다. 작년 10월 8.8%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다.

양적완화는 금리를 낮춰도 기업이나 가계가 통화를 수요하지 않아서 돈이 돌지 않는 경우 돈이 필요한 부문에 중앙은행이 직접 통화를 공급하는 정책이다.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대체로 위기국면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과 개인의 현금보유 수요가 증가하거나 금융 불확실성에 대비해 MMF 등 단기성 금융자산에 돈을 넣는 경향이 증가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1997년 금융위기 때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미국에서도 대공황시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의 '주택저당채권매입'과 '특정 정부투자정책을 위한 국채매입' 등 두 개의정책을 제시했다.

미 연준은 자산가격폭락을 방치할 경우 대공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차 양적완화(2009년 3월~2010년 3월)에서 1조4500억 달러, 3차 양적완화(2012년~2014년12월)에서 8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했다.

그 결과 미국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해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택대출 등 가계대출이 상환돼 글로벌 금융위기 때 135%였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5%로 낮아지면서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회복됐다.

2008년 9월15일 리먼브라드서가 파산하자 심각성을 간파한 미 연준은 가장 먼저 한달 뒤 10월에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하고 2009년 3월부터 국채과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 통화정책에 돌입했다.

2009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와 2010년 10월, 2014년 3월부터 시작된 일본은행과 유럽중아은행의 양적와화정책 결과 GDP 대비 본원통화공급 비율이 급증했다. 미국과 영국은 22% 수준까지, 일본은 50%쑤준까지 급증했다. 반면 유로존과 중국은 10%, 한국은 7%대에 머물렀다.

나비효과는 성장률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5000달러 대인 미국과 4만5000만 달러대인 영국은 2015년 성장률이 각각 2.5%, 2.2%를 달성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2.5%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한국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에 그치고 있다.

오 교수는"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대공황기에 통화량을 엄격히 규제했던 금본위제를 먼저 폐기한 영국, 일본 등이 먼저 회복되고 금본위제를 나중에 폐기한 미국, 독일 등은 경기회복이 더뎠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이 정상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미국은 지난 12월 2008년 9월 이후 유지해 온 제로금리를 중단하고 연방기금금리를 0.25%P 인상했다.

그 여파에 따라 달러화 강세로 수출과 제조업생산이 둔화되자 추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일시적으로 움츠러들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완전고용으로 간주되고 있는 5.0%보다 낮은 4.9%에 이르고 1월 근원개인소비지출물가상승률이 1.7%에 도달, 연준 목표치인 2%를 내다보게 돼 늦어도 6월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 교수는 "한국은 침체하고 있는 국내 경제여건만 고려하면 한국판 양적완화 통화정책도 고려해야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기라서 자본유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시건전성 차원의 적절한 대비가 사전에 강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기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부실기업 증가는 금융부실 증가를 통해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마저 경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 교수는 "중장적으로 잠재성장율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조정 구조개혁 규제혁파와 함게 단기적으로도 경기회복을 위한 안정화 정책인 양적완화정책이 동시에 필요한 실정"이라며 "불충분한 단기 안정화 정책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부진은 다시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택담보대출증권 인수문제는 미 연준에서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채택했던 양적 완화 통화정책으로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경기와 주택거래부진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를 고려할 때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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