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검찰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청취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이달 11일 최회장의 사무실 등 6∼7곳의 압수수색에서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두 딸은 미공개 정보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6∼20일에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회사 내부 문건과 관계자들의 휴대전화·SNS·이메일 송수신 내역,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최 회장을 비롯한 한진해운 오너 일가 등 대주주의 주식 변동 사항 등을 점검하고 매수·매도 시점을 조언하는 내부 주식관리 부서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진해운 측이 자율협약을 결정한 시점을 최 회장의 주식 처분이 시작된 지난달 6일 이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달 1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패스트트랙(조기 사건 이첩) 제도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한진해운 측이 자율협약을 결정하기까지 경위 등을 담은 금융위 조사 내용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금융위 조사 때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최 회장 측의 휴대전화에서 드러나지 않는 내용을 파악하고자 통화 내역을 확보하는 등 통신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는 최 전 회장이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이고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난뒤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금융 대출을 받았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이 37만 569주, 두 딸이 각각 28만 8679주를 처분한 지난달 6∼20일에 반드시 주식 매도금으로 대출금을 갚아야 할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주식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데 관여한 핵심 인물 2∼3명을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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