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법정관리 전 악의적 주식 매각 혐의 가혹 지적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2년여간 모진 풍파 속 구조조정의 늪에서 벗어난 동부그룹이 또 다른 위기를 만났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차명 주식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오너의 도 넘은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가 질타를 받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수 천억원의 사재출연을 한 김 회장이기에 2억7000억원의 손실 회피하기 위해 미정보공개를 이용했다는 혐의는 가혹한 것 아니냐는 재계측의 측은지심도 나온다.

금융당국측은 2014년 말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2개월 전인 10월 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동부건설 주식을 대부분 매각한 점을 주목하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 금융당국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대해 동부건설 법정관리 전 악의적으로 미공개정보를 통해 주식 매각으로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검찰 고발에 나서자 가혹한 거 아니냐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김 회장이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그룹 계열사 차명주식을 수십만주 보유하고 있었고 2014년 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전 미공개정보를 통해 동부건설 차명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미공개정보 이용이란 회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회사 기밀사항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거나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자본시장법 제174조) 및 손해배상책임(자본시장법 제175조)에선 미공개 주요정보를 이용한 금융이익을 얻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된다. 처벌 대상 투자금액의 하한선은 없다.

동부그룹측은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동부그룹측에 따르면, 김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주식은 이미 2011년 국세청에 자진 신고했고, 약 180억원의 세금도 납부했다. 이후 2014년 11월29일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 전 차명주식을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실행에 옮겼을 뿐 동부건설 법정관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제 검찰 수사의 핵심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느냐는 점이다.  2014년 10월 김 회장은 동부건설 차명주식 62만주를 매각했다. 같은해 12월31일 동부건설 법정관리 발표 2개월 전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혐의는 12월 말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전 주식가격 폭락을 우려해 미공개정보를 통해 차명으로 보유한 62만주(매각금액 기준 7억3000만원) 2개월 전 내다팔아 2억7000만원어치의 손실를 피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여기에는 악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

당시 김 회장 일가는 실명으로 대주주 지분 1400만주를 보유했다. 김 회장과 아들 김남호 부장이 각각 1200만주, 200만주 등이다.

만일, 김 회장이 악의적 의도를 갖고 손실 회피로 자신의 배만 채웠다면 실명으로 보유한 1400만주를 모두 팔아야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황 상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2014년 12월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듬해인 2015년 7월 김 회장이 보유한 주식 모두 250대1로 무상감자 처분되면서 김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했다.

또 동부그룹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김 회장 자신이 수천억원의 사재출연을 하면서 기업 살리기에 매진했던 터라 2억7000억원은 푼돈에 불과했던 점이다. 푼 돈에 눈이 먼 오너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 회장에게는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모체이자 그의 전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나이 24세 때 1968년 미륭건설(1989년 동부건설 개명)을 세워 1970년대 젊은 나이에 중동지역에서 건설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이후 그때 번 돈으로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를 인수했으며, 반도체 사업 등 사업을 확장하며 동부그룹을 세웠다. 그랬던 만큼 그에게는 동부건설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김 회장이 2014년 12월31일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아쉬움은 컸다는 후문이다. 동부건설을 살리기 위해 수개월간 자구노력에 대해서는 재계에서도 수긍하는 부분이다.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동부건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백방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정보공개를 이용해 주식 일부를 팔아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에 참담한 심정이라는게 동부측의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 정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부그룹은 2013년 11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요구를 수용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당진발전소, 동부하이텍 매각 등을 주 내용으로 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의 당진발전소를 하나로 묶어 파는 패키지를 내세워 포스코와 매각을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이때가 2014년 6월 말이다. 동부그룹측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산업은행의 패키지 딜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포스코가 논의 과정 중 포기 선언을 하면서 하나라도 팔지 못한채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후 신용평가기관들은 이같은 이유로 동부건설, 동부CNI, 동부메탈 등 동부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등급으로 강등시켰다.

동부제철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로 강등시켰다. 동부건설, 동부메탈, 동부CNI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에서 BB+로 강등시켰다.

이로 인해 같은 해 7월부터 동부건설을 비롯한 동부 계열사 모두 회사채 차환이 막히고 금융기관들의 차입금 회수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맞닥드렸다.

동부건설은 동자동 오피스빌딩, 동부익스프레스, 당진발전소 매각에 이어 김 회장의 지시 아래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자산들을 잇따라 매각하며 수습하기 이르렀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동부건설의 차입금 규모를 크게 낮췄다. 공공도급공사 수주규모만 2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펀드멘탈이 우수한 회사인 만큼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필사적이었다.

같은 해 11월 초 잇단 만기 도래한 회사채 859억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한 것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절체절명의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9월부터 12월 까지 4개월간 동부 측은 '1000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 요청을 둘러싸고 산업은행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동부측에서는 산업은행의 당진발전소 매각 지연으로 동부건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일시적인 미스매칭자금 1000억원만 지원해주면 충분히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산업은행은 요청금액의 50%만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동부 대주주가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동부측은 "김 회장의 전 재산이 담보로 제공된 상황이라서 더 이상 여력이 없다"면서 "대신 회사채 상환 등 수개월간의 자구노력을 인정해달라"고 재요청했다.

이후 동부건설 재무상황에 대한 실사작업이 진행됐고 동부측과 산업은행간 협상은 12월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카드로 동부익스프레스 콜옵션 권한을 포기하고 진성매출(True-sale) 매각차익을 양도할 뜻을 전했으나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4개월간에 동부건설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12월31일 오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10월 동부건설 차명주식 62만주를 처분하면서 주식가격 폭락을 미리 판단해 2억7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게 금융당국이 내린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다.

반대로 김 회장이 동부그룹에게 사재출연 한 돈은 얼마나 될까. 2009년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자회사인 동부메탈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김 회장의 사재출연에 힘입어 동부하이텍은 한때 2조3000억원에 달하던 차입금을 6000억원대로 줄였다. 이후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22%에 달할만큼 10여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때 사재출연은 이후 김 회장의 짐이 됐다. 당시 금융권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김 회장 개인 명의로 만든 동부인베스트가 해마다 발생하는 차입금 이자 상환과 여러 차례의 담보여력 보강을 위해 또다시 금융권 대출을 받고 이자를 무는 '빚이 빚을 만드는' 출혈을 지속해왔다.

회사의 여력은 좋아졌지만 오너는 이자와 원금에 허덕이게 된 것. 2013년 2월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당초 동부하이텍 등 전자분야 계열사의 자금만으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인수자금이 부족해지자 김 회장이 사재 250억원을 출연했다.

같은해 8월 동부팜한농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5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2년부터 2013년 자금난을 겪던 동부LED를 지원키 위해 유상증자로 70억원을 지원하고 금융기관 차입금 160억원에 대해 개인보증을 섰다.

2012년 8월 동부건설의 차입금 상환을 돕기 위해 주가가 액면가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액면가로 400억원 증자에 참여했다.  2013년 4월 138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재출연 노력이 물거품 됐다. 2014년 4월에는 동부제철이 산업은행에 1260억원의 브릿지론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한남동 자택을 포함한 전 재산(1700억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3월 동부메탈 워크아웃과정에서도 사재 200억원을 출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김 회장의 사재출연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모럴 헤저드 비난이 일었다. 회사는 어려운데도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는 비난은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으로 김 회장 뿐만 아니라 동부그룹 자체가 부도덕한 기업으로 내몰려 버렸다. 이제 의문으로 남겨진 차명 주식 매각과 주식 폭락을 우려한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진실은 검찰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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