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당초 지난달 완료될 계획이었던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가 지연되고 있다. 기업들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해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이지만 이 정도 속도는 예년 대비 크게 늦은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일각에서는 주채무계열의 '기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4월 말에 끝났어야 할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는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2일 총 39개의 주채무계열 명단을 발표하면서 예고한 절차를 기준으로 하면 근 한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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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가 늦어지면서 대기업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여의도 금융가 모습./미디어펜 |
기업 부실을 사전에 막기 위해 선정하는 주채무계열은 금융기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대기업집단을 의미한다. 해당 대기업 그룹의 부채 규모가 금융권 전체 대출액의 0.075% 이상이면 선정 대상이 된다.
주채무계열로 지목되면 금융당국에 의해 재무건전성을 상시적으로 감독 받게 되며 필요시 채권단을 통한 구조조정을 받기도 한다. 구조조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첫 걸음'에 해당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금감원이 주채무계열 기업명단을 발표한 이후 '주사위'는 각 주채권은행들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우리은행이 39개 중 13곳의 주채무계열을 담당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12곳, KEB하나은행 6곳, 신한 4곳, 국민 3곳, 농협이 1곳의 주채권은행으로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 중이다.
평가 결과 재무상태가 악화된 그룹은 별도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도록 관리에 들어간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과 같이 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평가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경우 상당히 고된 작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결과 각 주채권은행들은 현재까지의 평가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가 당국 예고보다 근 한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재계가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일종의 '파워 게임'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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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
한편 이 정도 속도는 그다지 늦은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한 관계자는 "워낙 복잡한 과정이다 보니 기존 발표된 계획보다 늦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올해 평가가) 예년 대비 크게 늦은 속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채무계열의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연구위원은 이미 작년 7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 기업 중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면서 "적용방식의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 19일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기준비교를 통한 개선방안 모색'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한국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포드나 도쿄전력 같은 우량기업도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를 맺어야 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지적에 대해 "입장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주채무계열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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