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래 최악...환율 방어 위한 시장개입도 못해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이틀만에 16%나 폭락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던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22일 달러당 6.88페소에서 7.14페소로, 23일에는 거의 8페소까지 치솟았다. 암시장 거래시세는 이보다 높은 달러당 13페소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의 규제로 일반인들이 달러화를 사들이기 어려워지면서 암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락세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에 아르헨티나의 외환 보유액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를 사실상 포기하고 페소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허용한데 따른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후 국제 신용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수 없어 빚을 갚기 위해 달러화를 최대한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으로서는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방출하는 시장 개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외화 보유액은 290억 달러로 추락한 상태다. 외환 보유액이 300억 달러를 밑돈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30%에 육박해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외화 보유액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으며, 정부는 경제 상황에 비해 넘치는 복지정책, 비즈니스 규제 증가 및 회사 국유화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미디어펜 = 이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