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가 경제논리 압도…기업규제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기업구조조정이 최대 화두다. 조선·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까지 논의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의 주체는 기업이다. 시장의 경쟁강도, 업종현황, 자사경쟁력 등을 고려해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과 업종변경을 결정한다. 이런 경영판단이 미숙할 경우,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기업 인수 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다. 경쟁제한성 등을 고려해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거나 조건부로 허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의 기업결합심사가 변형된 규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원샷법’이 현행 기업결합심사제도하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기업결합심사제를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열린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기업결합심사제도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현재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규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학원장은 “1997년 IMF 및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법률은 오너-대주주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률이 주류를 이룬다”며 “이는 기업지배구조, 지주회사 관련 규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합병 등 사업재편제도에 있어서는 주주-채권자 보호에 우선하다 보니 신속한 사업재편은 엄두내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대학원장은 “기활법은 재벌특혜법이라는 비판에 적용대상을 공급과잉분야 기업으로 제한함으로써 입법취지와는 무관한 법률이 되고 말았다”며 “지금은 기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법률을 우선 입법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으며 기업을 우선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래 글은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기업결합심사제도 개선방안 모색

발제문은 2015년 11월12일 상법개정에 의해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활 합병 등 다양한 M&A제도의 도입과 2016년 2월12일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일명 원샷법)의 제정으로 주주총회의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속하고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공정거래법의 기업결합심사제도로 인하여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결합심사에 있어서 첫째, 경쟁제한성 판단 시 시장점유율을 기준(존속회사의 시장점유율 50% 이상 혹은 시장점유율 1위와 2위 간의 차이가 25% 이상)을 대폭 완화하고, 둘째, 효율성증대효과 판단 시에는 글로벌 시장을 그 대상으로 하고 특히 기활법상 승인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성증대효과가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것으로 추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하 기활법에 관해 먼저 설명하고 사견을 언급하기로 한다.

Ⅰ. 기활법

기활법은 크게 사업재편지원제도와 기업애로해소제도로 대별할 수 있다. 사업재편 지원제도는 정상적인 기업이 과잉공급의 완화나 해소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하여 평상시에 선제적으로 행하는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고, 기업애로해소제도는 사업재편이나 관련사업활동을 추진함에 있어서 기업이 겪게 되는 애로사항을 사전 확인절차나 규제특례를 통해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1.  적용대상기업

기활법은 기업규모나 업종을 불문하고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하여 사업재편을 하는 국내기업에 적용된다(제4조 본문). 과잉공급이란 해당 업종의 국내외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또는 향후 상당기간 공급의 증가, 수요의 감소 등으로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현저하게 감소하거나 비용 대비 제품·서비스가격변화율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등 기업의 경영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1)를 말하며(제2조 제4호), 사업재편이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합병, 분할, 주식이전·취득·소유, 회사의 설립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변경함과 동시에 사업의 분야나 사업방식을 변경하여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사업혁신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2호).

따라서 본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과잉공급의 해소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하여 합병 등 조직개편과 병행하여 사업혁신을 꾀하는 국내기업이어야 한다. 본법은 합병 등 [조직재편]과 함께 [사업혁신]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여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기업에 한해 적용되는데, 적용대상을 이처럼 4가지의 요건 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으로 엄격히 제한한 이유는 불필요한 특혜시비를 차단하고 지원이 필요한 사업 분야에 실질적인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2. 부당한 경영권승계 등에 대한 규제

주무부처의 장은 사업재편계획의 목적이 생산성 향상보다는 경영권승계나 특수관 계인의 지배구조강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당한 목적2)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승인 또는 변경승인을 하여서는 아니된다(제10조 제6항). 이는 사업재편계획이 경영권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 중소·벤처기업이라고 하여 지원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하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규제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하다.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하되 필요하면 과감히 지원도 하여야 한다.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아무리 인프라를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이를 작동시킬 입법이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3. 구체적인 지원내용

구체적인 지원내용에 관해서는 특례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는데, (ⅰ) 상법분야의 경우에는 ①주주총회절차간소화, ②간이합병(분할합병포함)요건완화, ③소규모합병요건 완화, ④소규모분할제도신설, ⑤채권자보호절차간소화, ⑥주식매수청구권절차간소화를 위한 특례를 두고 있고, (ⅱ) 공정거래법분야의 경우에는 ①기업결합심사신고창구단일화, ②기업결합심사시 주무부처의견고려, ③지주회사관련규제유예기간연장, ④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관련 규제유예기간연장에 대해 특례를 두고 있다.

그 밖에 세제지원, 금융(자금)지원, 연구개발활동지원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혁신 지원, 능력개발 및 고용안정지원도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세제지원의 경우 본법에서는 근거규정만 두고(제27조)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1) 소규모합병 및 소규모분할합병 요건의 완화

상법에 의하면 합병대가(합병으로 인하여 발행하는 신주 및 이전하는 자기주식의 총수)가 존속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인 경우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상법 제527조의3 제1항)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동조 제5항). 분할합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제530조의11 제2항).

소규모합병은 이처럼 주주총회결의를 생략할 수 있고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도 피할 수 있으므로 이 제도를 활용하면 사업재편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로 사업재편이 무산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규모사업재편제도는 사업재편기업으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여 본법에서는 소규모합병과 소규모분할합병의 요건을 현재의 10%에서 20%로 확대하여 동 제도를 보다 이용하기 쉽도록 하였다(제16조 제1항).

그러나 존속회사의 주주입장에서 보면 소규모합병 등의 요건을 이처럼 완화하면 소규모합병 등이 회사(자신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짐에도 주식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본법에서는 이점을 고려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반대를 하는 경우에는 소규모합병 등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동조 제2항, 시행령안 제17조). 이 규정은 상법에서 100분의 20이 반대하면 소규모합병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상법 제527조의3 제4항)에 비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재계에서는 소규모합병등의 제도개선의 실질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소수주주의 보호방법으로 현행의 100분의 20 기준은 그대로 두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검토한 적이 있으나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로 사업재편이 무산된 경험 등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는 현재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2) 기업결합심사 신고창구의 단일화(제9조 제5항)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000억 원 이상의 회사 또는 그 특수관계인은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00억 원 이상의 다른 회사 주식을 20%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5%) 이상을 소유하게 되거나 혹은 20% 이상 소유한 자가 당해회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최다출자자로 되는 등의 기업결합을 할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공정거래법 제12조 제1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신고를 받아 기업결합심사를 하게 되는데, 기업결합심사는 사후심사가 원칙이고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인 회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전심사가 가능하나 심사기간은 기본적으로 기업결합 후 30일 이내이며 필요시에는 90일을 추가할 수 있다(동조 제6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임의적 심사의 경우도 심사기간은 동일하다(동조 제7항).

이 기업결합심사는 당해 기업결합이 특정 분야의 경쟁을 제한하는지 혹은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를 하기 위한 것이지만, 심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사업재편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재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본법에서는 기업결합신고 창구를 단일화하여 주무 부처의 장에게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하여 접수되면, 그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업결합신고도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였다(제9조 제5항). 이 규정으로 인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를 조기에 개시할 수 있고, 사업재편기업도 관련서류의 이중 제출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 지금은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법률을 우선적으로 입법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필드의 선수는 기업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후원자이자 지원자로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을 신속하게 입법하고 각종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자료사진=미디어펜


(3) 기업결합심사시 주무부처 의견 반영(제10조 제7항)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결과 경쟁제한성보다는 효율성 증대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은 허용된다(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제1호). 그런데 기업결합심사 시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엄격해서 동규정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자의적인 해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리하여 본법에서는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행해지는 기업결합에 대해 주무무처의 장이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판단을 고려하여 심사를 하도록 의무화 하였다(제10조 제7항).  


Ⅱ. 사견 

1. 기업에 대한 규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일반적으로 좋은 법률은 경제가 어려울 때 만들어진다고 한다. 미국의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이 그러하고 일본의 2005년 회사법이 그러하다. 이러한 법률들은 1929년 증시붕괴와 함께 시작된 미국경제의 대공황을 극복하고,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장기간의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률이다.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배려보다는 오로지 법리적인 측면에서 붕괴된 증시를 복원하고 경영의 유연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률이다. 그 결과가 미국의 증권규제법은 전 세계에 있어서 자본시장 기본법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일본회사법은 미국의 델라웨아주 회사법에 버금갈 정도로 친기업적인 법률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떤가.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하였던 1997년 IMF외환위기 직후에 제정된 법률이나 최근의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 만들어진 법률은 어려운 경제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업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오너나 대주주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논리가 우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지배구조나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합병 등 사업재편제도에 있어서는 주주와 채권자 보호에 우선하다 보니 신속한 사업재편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 어렵게 제정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은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하여 합병이나 회사분할 등에 있어서 특례를 정한 것인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회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법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일반법(회사법)에서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모든 기업에 신속한 사업재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입법태도는 아니다. 이러한 입법방식 하에서는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회사에게만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기활법은 정상적인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법률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재벌특혜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편법적인 경영권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적용대상을 공급과잉분야에 있는 기업으로 제한함으로써 원래 입법취지와는 무관한 법률이 되고 말았다. 기활법과 유사한 일본의 산업경쟁력강 화법은 적용대상이 우리나라처럼 공급과잉분야의 기업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사업재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우나 첨단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벤처기업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잉공급분야의 기업에 한정되므로 이 분야의 기업이 아니면 아무리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필요하더라도 이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정상적인 기업이 향후 닥칠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선제적으로 행하는 사업재편을 지원한다는 법률이 실제에 있어서는 이미 공급과잉의 상황에 처한 한계 부실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탓이다. 

   
▲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매우 심각하다. 첨단기술수출비중은 한국은 2000년 10.7%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1996년 5.9%에서 2014년 43.7%로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감한 기업혁신이 필요하고 채권자와 주주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우선하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자료사진=현대중공업


2. 규제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법제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중심이고 중소·벤처 등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중심이다. 물론 규제와 지원제도가 합리적이면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중소기업으로만 머물려고 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낳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이것은 바람직한 입법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려면 규제와 지원을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할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는 축구로 치면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여 승리를 거둘지를 결정하는, 감독이 재량을 갖는 전술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규정하거나 자금조달 등 재무구조에 대 한 규제에 있어서 주주보호나 채권자보호라는 측면만 강조하면 회사는 유연성을 갖기가 어렵다.

국가경쟁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벤처기업과 같은 신생기업도 함께 성장할 때 배가된다. 따라서 국가정책은 이러한 기업들이 모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고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규제의 합리화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소·벤처기업이라고 하여 지원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하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규제 일변도로 가서도 곤란하다.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하되 필요하면 과감히 지원도 하여야 한다. 최근의 입법이나 정책은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관련 법안의 대다수가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총 42건 중 38건이 기업 규제 강화, 4건만이 완화)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입법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재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인 때가 2000년대 초반이다. IT강국이라는 소리는 그 전부터 듣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모바일이나 인터넷의 이용환경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프라를 이용한 전자투표제 도라든가 전자증권제도는 우리보다 미국이나 일본이 훨씬 앞서 입법화하고 제도화하였다. 우리가 적시에 입법화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입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아무리 인프라를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이를 작동시킬 입법이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매우 심각하다. 첨단기술수출비중은 한국은 2000년 10.7%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1996년 5.9%에서 2014년 43.7%로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감한 기업혁신이 필요하고 채권자와 주주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우선하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법률을 우선적으로 입법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필드의 선수는 기업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후원자이자 지원자로서 이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을 신속하게 입법하고 각종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1)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①해당업종의 가동률, 재고율, 매출액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매출원가율 또는 그 변화율, ②그 밖에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고려하여 사업계획실시지침(제7조)으로 정한다(시행령안 제3조).

2)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시행령안 제11조 제5항). ①합병비율이나 주식교환비율 의 불공정성, 사업재편계획의 실행에 따른 최대출자자나 주요 주주의 변경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재편계획의 주된 목적이 생산성향상보다는 경영권의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강화를 직접적으로 위한 경우, ②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특 수관계인의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각 호의 행위를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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