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최근 속출한 철도 탈선사고를 계기로 코레일의 기강 문란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2월 대구 시설작업 차량이 선로를 벗어난 것을 시작으로 열차 탈선 사고가 무려 6건이나 발생했다.
4월 율촌역 무궁화호 탈선 당시 기관사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것을 제외하면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전동열차에 수백명이 탑승하는 만큼 자칫하면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어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탈선사고 중 2건이 기관사 과실로 추정돼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술에 취한 기관사가 열차를 모는 사례가 매년 적발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코레일이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강 문란 실태를 자세히 알 수 있다. 2010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76명이 업무 전 음주로 적발됐다.
기관사가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관리원 15명, 역무원 11명, 전동차 승무원과 여객전무, 전기원이 각각 6명이었다. 시설관리원 5명, 부기관사 3명, 관제사와 건축원 각각 2명, 로컬관제원 1명도 음주 근무가 적발됐다.
고속질주하는 열차에 오르는 승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기강 문란 행위인데도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퇴직(3명), 해임(1명), 정직(4명), 감봉(9명) 등 중징계를 받은 직원은 17명에 그쳤고, 나머지 55명은 견책·경고·주의·당일 업무배제 등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이노근 의원은 "승객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맡은 기관사가 가장 많이 적발돼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음주자 징계기준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강 문란뿐만 아니라 뇌물수수, 성희롱, 절도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지난해 코레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직원 A씨는 2011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정기승차권 30장(1359만원 상당)을 빼돌려 착복했다.
B씨는 협력업체에서 장기간 뇌물을 받다가 꼬리가 밟혔다. 2008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철도차량 부품업체가 동생 유학비 4750만원을 대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C씨는 2012년 11월 무궁화 열차 객실에 들어가 145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쳤다가 들켰다.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려 사고를 낸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기관사가 열차운전 중 카카오톡을 하다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출발했다가 사고를 냈다.
코레일 측에 약자인 여성들에게 '갑질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역사 편의점 여직원에게 외국 여성의 나체사진을 보여주고서 야한 농담을 한 직원이 있었으나 견책에 그쳤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용역 여직원에게 문자메시지 200여 통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금품수수와 위규 열차운전, 성희롱 등 코레일 비리와 기강해이가 근절되기는커녕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88명에서 2014년 138명으로 36.2%나 증가했고, 지난해도 7월 말까지 105명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직무태만이 1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열차 위규 운전 52명, 품위유지의무 위반 22명, 도박 17명, 음주 근무 24건이다.
징계는 견책이 139명으로 42.0%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감봉 119명(36.0%), 정직 50명(15.1%), 해임 13명(3.9%), 파면 10명(3.0%)의 순이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