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직접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희생자 열거 과정에서 단순 포함된 게 아니라 한미 양국이 막후에서 외교적 교섭을 거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한국인 원폭 피해자 숫자가 실제로는 약 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에 '수천 명' 언급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헌화한 뒤 약 17분간 연설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피해 희생자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백악관 측이 연설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무고한 희생자들'이라는 표현이 검토됐지만 한국과 일본 내에 있는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언론 등이 한국인 희생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이어 정부도 대미 외교채널을 통해 나름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최종 결정권을 쥔 오바마 대통령은 나름의 고민을 거친 뒤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하게 됐다. 한국인 희생자 숫자를 '수천 명'(thousands of Koreans)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논란을 사기도 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thousands'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을 포괄하는 '수많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외면하고 있는 일본 측의 논리와 입장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없지는 않다. 미 현직 대통령 최초로 한국인 희생자 얘기가 언급된 만큼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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