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설립준비위원회가 발족한 31일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는 "재단은 필요없고 법적 배상과 진심어린 사죄만 받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차피 우리는 내일모레면 다 죽을 사람들인데 무슨 재단이 필요하겠나"라면서 "대통령이 나서 일본 정부와 타협을 해 사죄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양국의 합의에 따라 일본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의 전 단계로 재단설립위원회가 이날 공식 발족했다.
양국은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 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측은 재단에 10억엔(100억여원)의 예산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은 재단 설립의 형태가 아닌 법적 배상으로만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양국 합의과정에서 할머니들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들 앞에서 '법적으로 우리가 한 짓이며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사죄하고 (법적)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사죄의) 뜻이 없는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우리가 싸워 온 것은 밥을 못 먹어서, 생활이 고달파서가 아닌데 (일본과) 속닥속닥 하더니 (사죄의 뜻이 없는) 돈을 받아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사람들은 자식을 키워 본 적이 없나보다. 자식이 남의 나라 전쟁터에 끌려가서 수년간 희생당하고 돌아왔는데 돈 한 푼 받고 말겠나"라면서 "차라리 재단 만들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월급 주지 말고 (그 돈으로) 불쌍한 다른 사람들 먹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국 정부가 재단의 설립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또 누구에 의한 '화해'이며 '치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뜻을 저버리고 시민사회를 무력화하며, 국민의 뜻을 내팽개치는 잘못된 합의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