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전체주의 코메디" vs "구역질 나는 일베 상징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서울 홍익대 정문 앞에 설치된 '일베' 상징 조형물이 1일 타인에 의해 크게 파괴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이라는 지적이 일어나는 등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홍익대 정문 앞에 세워진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의 대형 조형물은 홍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 씨가 학과의 ‘야외 환경조각전’에 과제로 출품 제작한 작품이었다.

작품은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고, 작품명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였다.

일베는 아고라와 오늘의 유머 등 좌파 진보 성향의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우파 성향의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홍 씨의 일베 상징 조형물 사진이 SNS로 퍼져나가면서, 조형물 작품에 철거를 요구하는 쪽지가 붙었고 급기야 작품에 날계란이 던져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홍 씨는 이와 관련 31일 입장문에서 "작품은 내가 일베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를 단정짓는 이분법적인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며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과 논장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이고 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작품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어 홍 씨는 "의도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판, 거짓된 정보들, 그리고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도 일베가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라며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튿날 일베 조형물은 1일 오전 쓰러지고 크게 파괴, 훼손된 채 발견됐다. 밤 사이 파괴된 것이다.

조형물에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다"라는 메모가 붙어있었다.

   
▲ 서울 홍익대 정문 앞에 설치된 '일베' 상징 조형물이 1일 타인에 의해 크게 파괴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이라는 지적이 일어나는 등 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YTN 뉴스영상 캡처


경찰은 현재 일베 조형물을 파손한 홍익대 학생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홍대 일베석상 파괴 전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는데, 글 작성자는 자신이 조형물을 파괴했다면서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된 행동이다. 작가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떳떳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쳤다.

일베 모양의 조형물에 대해 일부는 “어쩜 저럴 수가 있나요”,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저게 무슨 예술이냐, 불편하다”, “구역질이 나는 일베 상징물”, “저게 예술이면 현대미술은 뭐냐”, “잘 부쉈네. 대단한 용기다”라고 말했다.

또한 “파괴된 일베 조각상을 보니 속시원하네요”, “비로소 쓰레기가 작품으로 완성 됐네요”라는 등 조각상을 파괴한 것에 대해 지지의 의사를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지 생각은 다 옳고 정의고 남 생각은 틀렸고 불의?”, “민주주의에서 반달행위가 정당화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 “자기 의견과 다르다 해서 폭력을 쓰면 그것이 정의인가”, “불편하다고 해서 한사람이 창작한 작품, 엄격히 말해 개인의 재산을 파괴할 자유나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한 번 전체주의 코메디가 벌어졌네”,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또 다른 폭력”, “다른 생각에 대한 저열한 폭력”, “이건 말 그대로 야만” 등이라며 조각상을 파괴한 사람을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번 홍대 앞 일베 조형물 파괴에 대해 "작가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 행사까지…어떤 대의를 위해서 타인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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