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외견상 양국 간 마찰은 경제 성장세의 약화 속에 북한 해법을 둘러싼 시각차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까지 겹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를 최근 5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절하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30일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784위안으로, 2011년 2월 24일 달러당 6.5795위안 이래 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내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조작에 나서고 있다는 혐의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에 닭발부터 자동차 부품으로 사용되는 냉연강판까지 무역분쟁의 대상으로 삼아 반격해왔다.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미국산 닭발 등 닭고기에 부당하게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의 반덤핑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중국산 주요 철강제품에 사실상 수입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2009년 이후 오바마 정부의 WTO 제소 21건 중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은 12건으로 역대 행정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과 중국 당국은 오는 6∼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략경제대화를 열고 양국 간 무역분쟁 진화를 시도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북제재 등 지정학적 문제를 차례로 다룰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측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중국에서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국무위원이 각각 대표로 참석한다.
위안화 환율과 중국의 과잉생산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이든 쉬츠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 강연에서 "중국이 각 산업부문에 전 세계 수요와 생산능력을 반영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제와 미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만큼, 이번 대화에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에 맞지 않은 성장모델을 유지하지 않고, 구조개혁을 시행하는 게 중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경제로 이행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브리핑에서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은 WTO 규정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욕적인 무역분쟁 처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개혁의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하지 않기로 한 주요20개국(G20) 합의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제철소와 광산 등 과잉생산 산업을 등을 살려두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공산당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구조개혁 노력을 중단하고, 기존의 부채기반 성장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존 페리올라 제철기업 누코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는 생산용량을 늘리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힘들게 일하던 수천 명의 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무역관행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미국 최대 철강회사인 US스틸의 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전면 금수 조처를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천65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 규모다.
미국과 중국당국의 대화의 초점은 환율보다는 과잉생산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3년까지 중국에 파견된 미국 재무부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달러는 FT에 "여러 상황을 봤을 때 환율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 의제 가운데 뒤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국 재무부는 미·중 전략대화에서 다른 의제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환율문제는 앓던 이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스마트폰·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華爲)의 대(對)북한 거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도 논의 대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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