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1995년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미국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국 프로레슬링계를 주름잡았던 릭 플레어(67)는 2004년 펴낸 자서전에서 알리와 함께 1995년 4월 평양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평양 국제 체육 및 문화축전'에 참석했던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플레어와 알리는 평양에 닷새 간 체류하면서 북한 공산당 관리들이 주최한 각종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당시 알리는 파킨슨병에 걸려 투병 중인 상태여서 "말을 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플레어는 회고했다.
플레어는 그러나 "어느 한 행사에 알리와 나는 북한 고위관리들과 크고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며 "그때 한 관리가 북한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자신들이 원하면 미국과 일본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자 알리는 갑자기 '우리가 이 후레자식들을 증오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플레어는 "그때 내 머리카락이 바짝 곤두섰다"며 "나는 알리에게 '아이구 이런. 지금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고 속삭였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북한 측 수행원들은 내가 북한을 출국하기 전에 공항에서 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요점은 북한이 노동자의 천국이고 미국이 형편없다는 것이었다"며 이 요청을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 관영언론은 플레어가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를 떠나기 전에, 인민의 행복과 번영, 민족의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주석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했다고 플레어는 회고했다.
체류기간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는 플레어는 알리와 함께 일본에 도착하자 "너무 기뻐 땅에 무릎을 꿇고 키스를 했다"고 밝혔다.
알리와 플레어는 평소 친분이 있으며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이노키 간지 신일본프로레슬링주식회사 회장의 적극적 권유를 받아 행사에 참석했다고 당시 평양에 함께 있던 미국 언론인 돈 커크가 포브스에 밝혔다.
커크는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알리가 침울하고 무표정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슬링 대회를 지켜봤던 점"이라며 "알리는 (2013년과 2014년) 북한을 방문했던 NBA 프로농구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 등과는 달리 북한 정권에 대해 아무런 칭송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리는 체류 당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서면으로 회견을 대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알리를 평양도착 직후 만수대 김일성 동상에 참배케 하는 등 우상화 선전에 활용하고 이를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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