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경기도 의정부 사패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은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등산객 정모(55·여)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원인이 목 졸림(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1차 소견이 나왔다고 9일 밝혔다.

또 머리에 충격에 의한 손상(지주막하 출혈)과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에 외부의 힘에 의한 타박상이 관찰됐다.

둔기가 아닌 손 또는 발에 의해 머리에 먼저 손상을 입은 뒤 목 졸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씨는 지난 8일 오전 7시 10분께 의정부시 사패산 8부 능선 호암사로부터 1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상의와 하의가 반쯤 벗겨진 상태였다.

의정부지역 한 식당에서 일하는 정씨는 휴무일인 지난 7일 낮 12시 27분 의정부역 근처 마트에서 혼자 음식물을 구입한 뒤 산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까지 동행자는 없었다.

경찰은 정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54명의 수사 전담반을 편성, 등산로 입구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현장 증거물 등을 근거로 용의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정씨가 살해되기 전 강도나 성폭행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정씨가 산에 오르기 전 마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가 범행 현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용의자가 신용카드를 가져갔을 확률이 높다.

발견 당시 정씨의 옷이 일부 벗겨진 점으로 미뤄 성폭행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일단 부검 상으로 성폭행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남성의 체모를 발견, DNA를 확보함에 따라 범인이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모가 5가닥 발견됐는데 이중 돗자리에서 발견된 체모 한 가닥이 남성의 음모로 확인됐다"며 "현재까지는 체모에서 확보한 DNA가 남성이라는 점만 확인됐고 DNA를 대조할 용의자를 특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과수가 보관하고 있는 살인과 강간 등 주요 11개 범죄 전과자의 DNA 중에도 일치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애초부터 돗자리에 있었던 체모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피의자 김학봉(61)씨가 지난 8일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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