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록밴드 팬 모임이 열린 터키 한인 레코드숍이 피습당했다. "라마단에 술을 마신다"는 이유였다.
터키 한인 레코드숍 피습으로 운영하는 교민 이모 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영업을 일단 중단했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탄불 베이올루구(區)에서 한인 이모 씨가 운영하는 레코드숍 겸 카페 '벨벳인디그라운드'가 전날 밤 터키인 약 20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날 모임은 팬들이 레코드숍에 모여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 '어 문 셰이프트 풀'(A Moon Shaped Pool)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팬들은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터키 남성 20명가량이 몽둥이와 병을 들고 행사장에 난입해 팬들을 폭행했다.
이들은 "라마단 기간에 (술을 마시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상점을 불태워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가 성월(聖月)로 지키는 기간이다. 무슬림은 매일 해가 떠 있는 동안 단식한다.
한인회 관계자는 "이씨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고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터키와 가까운 나라인 한국 출신의 주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습격을 받은 데 대해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터키 언론은 경찰이 소극적 대응으로 이튿날까지 범인을 단 1명도 검거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오후 이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라디오헤드 음악 팬 행사가 술을 이유로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확산하자 베이올루구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베이올루구는 서울 성북구와도 자매결연을 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각별한 지역이다.
베이올루구는 이날 직접 이 씨와 접촉해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회 관계자는 터키 한인 레코드숍 피습과 관련해 "지역사회가 평소 한국과 가까운 곳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충격적"이라며 "가해자들이 이 지역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 이튿날인 18일 현장에서 가까운 지한기르 광장에서는 터키인 수백 명이 모여 이번 폭력 행위에 항의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과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탄불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한편 사건 직후 라디오헤드는 공격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디오헤드는 "오늘 밤 이스탄불에서 공격을 받은 팬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며 "이런 폭력적인 불관용이 모두 사라지고 먼 과거가 되는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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