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의 분변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

2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김혜권·정대균 박사, 고려대 약학대학 송대섭 교수, 한국동굴생물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7∼12월 사이 국내 11개 박쥐 서식지에서 49개의 박쥐 분변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수의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온라인판(5월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이번에 채취한 박쥐의 분변에서는 소화기 또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등이 검출됐다.

연구팀이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바이러스는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와 각각 89%, 77%의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통분류학적 분석 결과 전세계적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사스, 메르스와 같은 그룹의 바이러스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문제는 박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사람 또는 가축으로 종간 전파가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연구팀은 동물의 모든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야외 환경에서 쉽게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박쥐의 분변 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박쥐 분변 연구에서는 영유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설사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룹 H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도 세계 최초로 검출됐다.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정대균 센터장은 "국내 서식하는 박쥐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흡혈활동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자연숙주와 매개동물의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예방백신과 진단기법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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