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하는 데는 이민자 문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EU 국가에 처음으로 난민 지위 신청을 한 난민은 125만56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4년(56만2680명)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2배 넘게(123%) 늘었다.
출신국별로 시리아 난민이 36만2800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가니스탄 17만8200명, 이라크 12만1500명 등이다.
난민 신청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독일이었다. 전체 신청자의 35%인 44만1800명이 독일에 신청했다.
2014년에 EU 28개국에 이민 온 사람은 380만명이다. EU 회원국에서 다른 EU 회원국으로 이주한 사람이 약 180만명, EU 비회원국 출신 이민자가 약 190만명이었다.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88만4900명), 영국(63만2000명), 프랑스(33만9900명), 스페인(30만5500명), 이탈리아(27만7600명) 순이었다.
EU 내 인구 이동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동유럽·남유럽 출신 이민자가 서유럽 국가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09년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일자리가 줄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다. 또 이민자 범죄가 잇따르면서 반 이민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등의 주동자가 알제리·모로코계 이민자인 것으로 드러나자 이민자에 대한 경계는 더욱 심해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의 직접 지시를 받은 테러,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 테러 상당수가 이슬람 이민자가정 출신의 테러범에 의해 자행되면서 경계심은 더 커졌다.
독일 쾰른에서는 지난 연말연시 북아프리카계 난민 주도로 남성 1000여명이 여러 패로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절도 행각을 벌였다.
이민자들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안전을 위협하자 이민에 관대한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반이민 정서는 이민자 수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영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993년에 380만 명에 불과했던 영국 내 이민자 수는 20여 년 만에 작년 840만 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EU 출신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EU 솅겐 조약에 영국은 가입하지 않고 있지만 , EU국으로 남아있는 한 영국 정부가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EU가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마다 영국은 몰려드는 이민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2004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하면서 영국은 일자리를 찾아 건너오는 이민자들이 이어졌다.
특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선 터키의 EU 가입을 적극 부각했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터키인 1천200만명이 영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부정확한 계산이었지만 유권자들에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서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섬, 터키 등에 닿는 난민들은 인도적인 문제를 낳고 있으나 유럽 각국은 국경을 차츰 닫아거는 추세다.
현재 이민자들은 영국 총 노동인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국민은 이민자들이 저임금을 마다치 않고 일하면서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반감을 쌓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이 거둬가는 사회보장 비용도 이런 반감을 거세게 만들었다.
현재 EU 국민은 영국에서 석 달만 일하면 영국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이들이 일정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 자녀보조금과 노동보조금, 집세 보조금 등을 주고, 이런 사회보장 시스템은 영국인들의 박탈감을 불러왔다.
이러자 영국에서는 학교가 부족하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는 것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에 영국 국립사회연구센터(NatCen)가지난 2014년 이민자 문제를 두고 영국인 의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지금보다 이민자 유입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주민 규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은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와 같은 정치인들이 이민자 문제와 EU를 연결하면서 EU에 대한 분노로 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가 브렉시트 투표에 앞서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7%의 응답자가 이민자 문제가 영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경제를 꼽은 응답자는 이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브렉시트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52%가 이민자 문제가 브렉시트를 택한 주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답했다. 반면 잔류를 택한 유권자들은 14%만이 이민자 문제를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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