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아르메니아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이 일명 '아르메니아 사건'을 "인종학살"로 규정한 것에 대해 터키 정부가 크게 반발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누레틴 카니클리 터키 부총리는 25일(현지시간) 교황의 발언이 "매우 불쾌하다"고 유감을 표한 뒤 "이는 십자군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 심지어 아르메니아인까지 (학살이)진실이 아님을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터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4월 바티칸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참사 100주년 기념 미사에서 1915년부터 몇 년 간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다수를 숨지게 한 사건을 '20세기의 첫 인종학살'이라고 언급하자 바티칸 대사를 10개월 동안 터키로 불러들이는 등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건을 학살로 규정하는 문제와 희생자 수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터키는 당시 죽은 아르메니아인은 150만이 아닌 최대 50만명이며, 투르크인과 아르메니아인 사망자 수가 비슷하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이 사건을 학살이 아닌 집단적 비극(collective tragedy)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르메니아 사건은 일반적으로 1915~1917년 오스만제국 이슬람 민족주의자들이 동부지역에 거주하던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대대적으로 '인종 청소'한 사건을 지칭한다.
이미 20개 이상의 국가들이 이 사건을 학살로 규정한 바 있다. 1965년 우루과이가 최초로 이를 '학살'로 규정한 이래 아르헨티나, 벨기에, 캐나다, 네덜란드, 러시아, 스웨덴 등이 이 대열에 들어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아르메니아를 방문, 도착한 첫날 대통령궁에서 한 연설에서 문제의 사건을 "20세기의 첫번째 대학살(genocide)"라고 언급하며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행위를 비판했다.
교황은 이어 "슬프게도 이 비극, 학살은 지난 세기에 일어난 일련의 개탄스런 재앙의 시작이었다"면서 "이는 뒤틀린 인종적·이념적 또는 종교적 목적에 의해 가능했던 것으로서 모든 민족의 절멸(annihilation)을 계획했다고 할 정도로 가해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메니아 방문 마지막 날인 26일 에치미아진의 사도 교회를 방문해 야외 미사에 참여한 뒤 아르메니아와 터키 접경 지대로 향할 예정이다.
아르메니아는 301년 기독교를 세계 최초로 국교로 공인했으나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5세기경 예수의 신성과 인간성 문제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 끝에 가톨릭과 결별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와 가톨릭은 지금도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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