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사실상 운영하는 유통업체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자 양측의 '컨설팅 계약서'를 위조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두 업체가 형식상 맺은 이 계약이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신 이사장의 자금 거래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해외 브랜드 유통사 B사는 지난달 초 검찰이 정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계획했다.

B사는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신 이사장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회사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청탁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10억∼20억원 정도를 '뒷돈'으로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정 대표는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컨설팅 계약 관계였던 브로커 한모(구속기소)씨와 거래를 중단하고 2014년 B사와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러다 지난달 초 한씨가 구속되고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수사가 본격화하자 B사는 증거를 없애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네이처리퍼블릭과의 면세사업 관련 컨설팅 계약서 '갈아치우기'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2014년 양측의 컨설팅 계약은 '롯데면세점 입점'으로 대상이 한정돼있었는데, 이를 국내 모든 면세점으로 바꾸고 날짜도 2015년으로 고쳤다.

B사 측은 네이처리퍼블릭 측에 새 계약서를 보내면서 롯데 외에 다른 면세점 이름도 더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컨설팅인 것처럼 보이게 해 롯데나 신 이사장과의 연관성을 흐리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양측은 이달 초 검찰이 B사를 압수수색한 뒤 이런 내용이 반영된 계약서를 완성해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 계약 내용이 결국 허울에 불과하며, 컨설팅 업무 대가 명목으로 주어진 돈이 신 이사장 측에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거짓 계약서 작성을 지시하고, 지난달부터 회사 서버와 임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28일 B사 대표이사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이런 방식으로 B사를 통해 면세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르면 이번주 신 이사장을 피의자로 불러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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