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 직전에 퇴직한 부산 경찰관 2명의 면직이 취소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면직 취소 조치를 밝혔다.

해당 경찰관들의 '의원면직'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비위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의원면직이 될 수 없으므로 오늘 오전 면직 발령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답했다.

중대한 하자를 속이고서 이뤄진 면직은 취소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례를 토대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경찰청은 성관계 당사자인 부산 사하서 김모(33) 경장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환수하기로 했다. 부산 연제서 정모(31) 경장의 퇴직금은 주지 말도록 연금관리공단에 요청했다.

강 청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해당 경찰관과 관련자 형사처벌 및 징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전담 경찰관의 윤리·행동 강령이 정확하게 (일선에) 침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전면 재교육 등도 약속했다.

다만 "여자 대상자(학생)에겐 여성 경찰관을 (배치)'하는 게 맞지만, 현재 전국 고교 중에 남녀공학이 87%에 달한다"면서 "가급적이면 남녀 혼성 편성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날 강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관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린 학생을 돌봐야 할 경찰관이 책무를 어기고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강 청장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성관계 경위와 보고 과정에서의 은폐 의혹 등 관련한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철저히 조사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은 28일 김 경장과 정 경장을 출석시켜 이 사건을 조사했다. 이들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이나 대가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직 이들을 입건하지 않은 채 내사를 벌이고 있다.

통합지원센터는 피해 여고생 진술을 받아 신빙성 여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사처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고생들이 13세 이상이고 성관계 당시 강제성이나 대가 정황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의원면직 처분이 취소되면 공무원 신분이 회복되므로 대기발령을 내리고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물어 징계하겠다는 것이 경찰 방침이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최고 파면까지 가능하다.

사건 당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해당 경찰서장 2명은 보직해임 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비위 은폐와 보고 누락 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서장들을 보직 해임한 것은 일단 지휘책임 차원일 뿐 사건 은폐 때문은 아니라고 경찰이 설명했다.

부산지방경찰청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연제서 사건을 들은 사실이 드러나 이후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받는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이달 초 연제서 사건을 인지하고도 경찰청장과 감사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는다.

강 청장은 이 사건이 페이스북에 폭로된 이후인 25일에야 전후 사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담당관은 "당시 판단이 소홀했다"며 "곧바로 보고하지 않아 저도 감찰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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