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와 손잡고 사우디 현지에 선박엔진공장과 조선소 등을 조성한다.

1일 조선·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이하 석유장관)은 이날 한국을 방문해 서울 시내 모처에서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정기선 선박해양영업부문장(전무)과 회담할 예정이다.

알 팔리 장관은 이들 최고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현대중공업 간의 합작사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에는 아람코의 나빌 알 자미아 부사장과 야시르 머티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알 팔리 장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아람코 회장 겸 CEO를 맡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회담에서 양사 간 합작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현지에서 체결한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양해각서(MOU)에 바탕을 둔 것이다.

양사는 MOU 체결 당시 조선·엔진·플랜트 등 분야에서 합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내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 운영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부가수익 창출 기회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선박용 엔진 분야에 대한 공동사업으로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의 중동지역 수출 등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MOU 체결을 이끈 주역이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0년 전인 1976년에 단일공사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사우디 주베일 지역 항만공사를 따냈던 정주영 회장처럼 정기전 전무는 아람코와의 MOU 체결을 진두지휘하며 위기의 현대중공업을 구하기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다. 석유운송, 플랜트 등 주요 기간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알 팔리 장관은 지난 5월, 21년간 재임했던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는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과의 면담에 이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뒤 2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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