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미국의 임신부와 태아,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물질들에 노출돼 어린이 뇌신경장애가 급증 중이라는 연구결과와 함께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내 의학 및 보건환경 분야 전문가 40여명과 국제신경독성학회(INA), 미국 전국의사협회(NMA), 산부인과학회, 내분비학회, 아동신경학회 등 관련 단체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고장난' 환경보건정책의 대대적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이 성명과 함께 밝힌 '신경발달에 미치는 환경 위험요소 연구'(TENDR)에 따르면, 현재 미국 어린이 6명 중 1명이 자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를 비롯한 여러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7% 증가한 것이다.
2012년 기준 미국 어린이 10명 중 1명꼴인 590만명이 ADHD를 앓고 있으며, 2014년 통계로는 68명 중 1명꼴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증상을 보이고 있다. IQ가 정상보다 떨어지는 등의 지적장애 아동들도 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뇌신경장애 아동 급증엔 유전·사회·환경적 요인들이 복합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임신부와 태아, 어린이의 유독 화학물질 노출 증가가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임신부의 90%에서 연구팀의 검사대상 화학물질 163종 가운데 62종이 검출됐다. 호르몬 교란 작용 등을 일으키는 이 물질들은 공기와 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또는 가정용 각종 소비제품에 들어 있다.
납과 수은뿐만 아니라 농업이나 정원관리에 쓰는 유기인산 농약(살충제), 약품·플라스틱·개인 미용품에 함유된 프탈레이트, 난연제로 쓰이는 폴리브롬화 디페닐에테르류(PDEs), 화석연료 연소때 생성되는 대기오염물질 등 수십종이 포함된다.
한때 변압기와 전기설비, 냉각재와 윤활재로 쓰이다 금지된 폴리염화비페닐(PCBs) 등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여러 화학물질도 아직 대기와 물, 흙 등 도처에 잔류해 있다.
이들 단체는 이런 화학물질들이 인간 배아 생성 단계에서부터 태아기·유아기·사춘기에 이르기까지 뇌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무수하며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의 화학물질 규제 기준은 태아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또는 거의 검토하지 않지 않은 채 마련한 것이며, 관련 정책은 '고장난 상태'라고 이들은 비판했다.
따라서 정책 당국과 입법자들이 이제라도 이런 화학물질들의 생산 중단 또는 엄격한 사용 제한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또다시 미루는 사이에 지금과 미래의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TENDR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 환경청(EPA) 등의 자금 지원을 받아 환경화학물질들이 어린이 뇌신경 등에 주는 영향을 폭넓고 종합적, 장기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이들의 보고서 겸 성명서는 학술지 '환경보건전망'(EHP) 7월호에 실렸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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