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한 서울대 교수가 스스로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실험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57)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8일 밝혔다.

조교수는 금품을 받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에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써준 혐의를 받고 있다.

첫 공판에서 조교수 측 변호인은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디.

이어 "일부 연구 보고서를 옥시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의뢰인인 옥시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용역 수행자로서 의뢰인이 받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할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옥시의 의뢰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연구·조사(리서치) 해달라'는 것"이라며 "검찰은 이를 '(가습기 살균제의) 무해성을 밝혀달라'는 뜻으로 해석했는데,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지만 독립 재단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직원 자격으로 연구용역을 수행해 공무원으로서의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앞서 조 교수는 옥시 측으로부터 1200만원의 뒷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나타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용역과 무관한 물품대금 56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