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길환영 전 KBS 사장이 7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사표를 요구한 측이 청와대가 아닌 세월호 유가족 측이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국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길환영 당시 사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말한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김 전 국장은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보도개입을 넘어 신분개입까지 한 사건"이라며 청와대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또한 일부 언론들은 김 전 국장 주장을 사실로 단정 짓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던 상황이었다.
실제, 한겨레신문은 최근 관련 사설에서 "말 몇 마디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며 "방송법 위반은 물론 정치적으론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길 전 사장은 인터뷰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지어낸 소설"이라고 전혀 다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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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환영 전 KBS 사장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사퇴 압박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길 전 사장은 김시곤 사퇴요구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했다며 언론이 마치 김시곤을 민주투사인양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길 전 사장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물론 그날 청와대 박준우 수석에게서 전화가 온 건 사실이다. 빨리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내가 고민하고 있다, 잘 알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 측 유경근 대변인하고 통화했는데 김시곤 국장 파면이 아니면 해결이 안 된다, 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김시곤 국장에게) 우리가 이걸 해결해야 된다, 네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하자 그랬던 것이다.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길 전 사장은 인터뷰에서 김시곤 파면은 세월호 유가족 측에서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유경근 세월호 대변인 그 사람이 분명히 내게 얘기했다."며 "파면 아니면 여기 올 필요도 없다, 만날 필요도 없다고 그쪽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길 전 사장은 자신이 수습책으로 김 전 국장에게 자진사퇴 모양을 제안하게 된 것도, 세월호 유가족 측의 강경한 태도와 압박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유가족 측에서 사표가 아니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난리를 치는데 내가 어떻게 하나. 문제를 크게 벌인 자기가(김시곤)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 때문에 시위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청와대로 가서 이야기하겠다고 청와대로 간 것 아닌가"라며 "KBS보도국장이 잘못해서 그렇게 농성하고 대통령을 만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나. 실종자 유가족 이야기를 (그렇게) 풀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김시곤 국장이 굉장히 잘못 한 것"이라고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길 전 사장의 이 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시곤 사표는 세월호 유가족 측이 요구한 것으로, 김 전 국장이 엉뚱하게 청와대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꼴이 된다. 또한 일부 언론도 사실 확인되지 않은 한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대통령 탄핵 선동에 나섰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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