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사망자는 일용직"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7일 제주 서귀포시 하수펌프장 준설공사 중 질식 사망한 근로자 2명은 수주업체 직원이 아닌 일용직과 다른 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하수도 설비업 면허를 보유한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하는 관급공사에서 일용직까지 불러 공사를 맡긴 행위가 입찰계약과 안전 매뉴얼 위반은 아닌지 경찰이 중점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귀포경찰서는 10일 사고 당시 숨진 근로자 양모(49)·정모(32)씨와 같이 현장에서 일했던 근로자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앞서 7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 있는 남원하수처리장 표선7중계펌프장 저류조준설공사장에서 준설공사를 하던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한 바 있다.

양씨는 수주업체인 S 업체 소속이 아닌 D 업체에서 일용직으로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도 수주업체가 아닌 D 업체 소속이다.

숨진 2명 외에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2명 중 1명은 일용직, 1명은 전혀 다른 업체 소속이다.

해당 공사는 제주도수자원본부가 발주한 '남원하수처리장 중계펌프장 준설'사업으로 수의입찰에서 S 업체가 낙찰가 4200여만원에 수주했다.

경찰은 하수펌프장 슬러지(퇴적물) 준설사업에 공사 수주업체 외에도 이같이 일용직과 다른 업체 직원이 참여해 사고를 부채질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가 난 저류조 깊이는 약 4.5m이고, 면적은 121㎡다. 사고 당시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저류조에서는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119구조대원들은 산소마스크를 하고 저류조에 들어가 구조작업을 벌였다.

도 소방안전본부는 당시 상황으로 봐서 퇴적물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근로자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당시 이 퇴적물 때문에 발생한 유독가스를 제대로 빼내지 못한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인재란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밀폐공간 작업 질식 재해 예방 매뉴얼'과 수자원본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밀폐공간 작업 필수 3대 안전수칙'을 전혀 무시한 것이다.

자체 안전수칙만 보더라도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조항은 '작업 전·작업 중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이다. 이번 숨진 근로자들은 산소는 물론 유해가스 농도도 측정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작업 중에도 유해가스가 발생하면 대개 환풍기나 송풍기로 환기해야 하지만, 이 같은 장비를 설치하지 않았다.

송기 마스크는 유해가스 흡입을 차단하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성능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숨진 근로자들은 미세먼지 방지 수준의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은 경찰 수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정씨 등 일용직을 부른 곳은 수주업체인 S 업체가 아니라 D 업체다. D 업체는 해당 공사인 도수자원본부의 '남원하수처리장 중계펌프장 준설'사업 수의계약 입찰에서 탈락한 곳이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관급공사 수주업체인 S 건설업체가 어떠한 조건으로 D 업체와 계약을 체결, 전문 공사를 맡겼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공사 감독기관인 남원하수처리장도 수주업체가 D 업체와 계약해 근로자를 불렀다는 사실을 사고 직후에서야 파악, 이들 업체 간 계약이 행정기관의 사전 허가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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