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공공기관이라 딱딱할 줄만 알았는데 민원에 적극 동감해주고 해결해 주려고 노력해 주신 점 너무나 감동받아 위안이 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민원센터 소속 김경희 민원전문역에게 한 통의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김 민원전문역은 27년 간 카드사에 근무한 경험과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올해 금감원 민원처리 전문 경력직에 지원한 제2의 삶을 도전하는 새내기 직원이다.
금감원은 올해 민원처리 전문인력 8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미 상반기 40명 모집에 38명을 선발했다. 하반기 42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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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내 금융민원센터 전경. /미디어펜 |
민원전문역으로 배치된 38명은 은행, 신용카드,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 각 권역별로 담당업무를 분담해 민원해결사로 나섰다. 이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민원 수는 100여건으로 1인당 2~3건의 민원을 처리한다. 지난 5월 채용 된 후 두달이 지난 현재 5000~6000건의 민원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이렇게 해서 해결된 민원은 1000여건을 훌쩍 넘겼다.
민원전문역 채용으로 나름대로 금융회사에서 수십년 동안 얻은 금융지식과 식견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친절한 민원 분쟁 처리 서비스과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결과 짧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건의 미담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민원처리 때 금융회사에서 스스로 잘못된 업무처리를 인정하고 민원인 주장을 수용해 취하하고 마무리되는 건도 많지만 금융회사에서 절대 취하불가 입장을 취했던 민원 건을 민원전문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처리한다.
감사의 편지를 보낸 민원인 A씨의 사연은 이렇다. 임차보증금을 활용해 일부 빚을 정리하고 월세가 적은 곳으로 이사를 하려던 참에 카드사에서 임차보증금(1500만원)을 가압류한 것. A씨가 당시 살던 집에 이사올 사람은 정해져 있었고 새로 이사갈 집에 대해 계약금까지 건네 준 후다. 집 주인은 가압류가 풀리지 않으면 임차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고 카드사는 카드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가압류를 절대로 해지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김 민원전문역은 A씨와 전화 연결을 하며 잘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 민원전문역은 바로 해당 카드사와 연락해 민원인의 채무 상환 의지와 관련한 대화로 이어갔다.
"A씨는 채무 상환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채무자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말고 카드사에서 편의를 봐 주면 오히려 채권 회수가 수월해 질 수 있다"라며 중재했다.
채무자에게 채무 상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 본 후 해결점을 찾아 보는게 어떠겠냐며 권유했다. 이후 카드사 담당자가 내부적으로 상의해 보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 얼마되지 않아 카드사는 A씨의 임차보증금을 가압류 해지했다.
이에 A씨는 고마운 마음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던 것.
"저로서는 제 생계와 직결되고 보증금 마저 없는 상황에서 이사 갈 곳도 막막한 상태였다. 제 상황을 이해해 주고 적극적으로 직접 채권사에 전화해서 조율해 주신 점 너무나 감사하다. 해당 채권사에서 가압류 해지를 신청해 주었고 그동안 수치심과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했던 추심 또한 중지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민원전문역은 "일부 민원인의 계속되는 일방적인 주장에 어려울때도 있었지만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저의 무력감을 깨뜨렸다"면서 "앞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민원인이 있다는 점을 항상 되새기며 입사 첫날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고 소회를 전했다.
금감원 민원전문역들은 매일 쏟아지는 민원들 속에서 보람만 느끼는게 아니다.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과 일방적인 주장, 반복되는 악의적인 민원으로 힘겨운 순간도 접한다.
김우진 금감원 민원센터 팀장은 "악성 민원인들로 인한 민원전문역들의 좌절감도 많다"라며 "하지만 일부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하면 민원처리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일수록 의지할 곳이 없어서 금감원에 문을 두드리는 민원인도 있으니 잘 컨트롤 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자주 대화를 갖는다"라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까지 금감원은 80여명의 민원전문역을 배치해 민원처리 기간을 평균 42일에서 18일로 단축시키고 질 높은 민원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고충과 보람이 반복되는 매일이 고단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미소를 되찾게 하는 그들의 활약상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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