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이 실제 자기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그냥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진 검사장을 14일 전격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수사하는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4일 오전 10시에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13일 밝혔다.
진 검사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특임검사팀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사들인 원천 자금과 관련해 지난 4∼5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당시와는 또 다른 진술을 자수서에 담았다.
주식 매입자금을 김 회장으로부터 무상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은 당초 100%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가 처가 돈을 보탰다고 말을 바꿨다.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거쳐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넥슨에서 빌렸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넥슨에게 갚은 4억2500만원을 김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을 위해 넥슨과 대여금 거래를 한 것처럼 외관을 만들어 놨지만 사실상 넥슨과 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은 셈이다.
이날 소환된 김 회장도 "진 검사장의 주식매입 자금은 빌려준 돈이 아니라 그냥 준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특임검사팀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이런 수사 결과를 시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이 2005년 받은 넥슨 주식 1만주는 사실상 넥슨 측에서 제공한 뇌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2005년의 금품거래는 뇌물죄 공소시효(10년)를 이미 완성한 사안이어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시효 완성에 영향을 줄만한 특단의 사정 변경이 없는지 검찰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이 이런 점을 감안해 자수서에서 관련 사실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반면 검찰은 진 검사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진 검사장을 상대로 2005년 주식 매입 경위를 따져물은 뒤 별도로 제기된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해서 추궁할 방침이다.
진 검사장은 넥슨 측 돈으로 사들인 주식 1만주를 2006년 다시 넥슨 쪽에 10억여원에 판 뒤 그 돈으로 유상증자를 하던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과 달리 진 검사장이 유상증자 참여 기회를 특혜로 제공받았는지 등을 검찰은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진 검사장은 이날 제출한 자수서에서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이었던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아 보유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이 한 대기업의 오너 일가에 대한 탈세 의혹 내사를 무혐의 처리하고 해당 대기업이 진 검사장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대행업체에 수년간 100억대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확인 대상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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