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발생한 지 6시간여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패'를 선언한 터키 군부 쿠데타의 빠른 진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0여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사태에도 무장 군인에 시민이 대항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벌어졌다.
15일(현지시간) 밤 터키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쿠데타 세력에 맞섰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은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 주요 도시에서 군부의 탱크를 막아서며 쿠데타에 반대했다. 망명설까지 나돌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에 맞서달라고 시민들에게 촉구하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가 일어나자 자신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스타임'을 이용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군부는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침없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SNS 상에 떠도는 영상을 보면 쿠데타에 동원된 탱크를 둘러싼 일부 시민은 탱크 위에 올라가 탑승해 있던 군인들을 끌어내리고 환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 현수막을 활용해 탱크를 '장식'하기도 했다.
도로에 엎드리거나 터키 국기를 들고 앉아 탱크의 이동을 막은 시민도 있었다.
수백 명의 군중은 이스탄불 탁심 광장의 '터키공화국 기념비' 주변으로 몰려 "군부 퇴출"을 외치기도 했다. 터키 국기를 손에 쥐고 위아래로 점프하는 시민,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을 잡아 경찰에 인계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정부 지지자들이 쿠데타에 동참한 군인들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쿠데타 과정에서 시민들의 인명 피해도 있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민간인이며 쿠데타 세력에 맞선 경찰관 등도 희생됐다.
군부 세력은 쿠데타 초반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러스해협 대교 2곳, 국영방송 등을 장악했지만 이후 세력이 약해졌고, 보스포러스 대교 등에서 결국 축출됐다.
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해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터키 국민은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고 공항에도 지지자들이 몰려 귀환을 환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16일(현지시간) 오전 대통령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쿠데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가를 통제하고 있으며 충성스러운 군인과 경찰이 쿠데타 시도를 진압했다"고 밝혔다.
이내 친정부 세력이 군사본부를 장악했으며, 쿠데타로 한때 군사본부에 억류됐던 터키군 참모총장 등 인질들도 구조됐다.
우미트 둔다르 터키군 참모총장 대행은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경찰 41명, 군인 2명, 민간인 47명과 쿠데타 가담자 104명 등 모두 194명이 숨졌으며, 군인 156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터키 군부의 대령 29명과 장군 5명의 직책이 박탈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반군은 날이 밝자 투항하는 모습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점거한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대교에선 군인 50여 명이 무기와 탱크를 버리고 손을 들고 다리를 걸어 나왔다. 200여 명의 비무장 군인은 군사본부에서 나와 경찰에 투항했다.
둔다르 참모총장 대행은 터키군은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터키 종교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의 지지세력을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 망명 중인 귈렌은 앞서 성명을 통해 쿠데타 연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이번 쿠데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쿠데타가 발생 6시간만에 일사천리로 반란이 진압되자, 이번 사건이 에르도안 정권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SNS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논평은 "음모론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르도안이 승리한다면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은 맞는 얘기"라고 설명했고,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정의개발당(AKP) 소속 의원이었던 비평가 페이지 이스바사란은 트위터를 통해 쿠데타 시도 배후에 에르도안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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