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자신이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을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미국에 공식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한 자국의 역할을 강조,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발발 6시간여 뒤 도착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번 봉기는 국가의 단합을 원치 않는 군부의 일부가 펫훌라흐 귈렌의 명령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때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으나 정적으로 돌아선 귈렌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 복수마저 예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슬람 성직자로서 '히즈메트'(봉사)라는 사회운동을 이끈 귈렌은 2002년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후 에르도안과 손을 잡고 세속주의 세력에 대항했지만 2013년 12월 에르도안 측근의 부패 스캔들을 계기로 결별했다.
이후 귈렌파로 분류된 군부와 검경 인사 수천명이 숙청됐으며, 귈렌에겐 국가전복 기도 혐의가 씌워졌다.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해 있던 귈렌은 이에 따라 미국 망명을 택해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거주 중이다.
이런 가운데 터키 군부의 쿠데타가 발생했고, 에르도안이 귈렌을 배후로 지목한 데 이어 AP통신도 "군부에 남은 귈렌 추종세력이 에르도안의 독재가 심해지자 쿠데타를 도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귈렌은 앞서 "터키에서 일어난 이번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한다. 나는 이번 쿠데타와 관계가 없다"고 전면 부인했으며,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6시간 쿠데타'로 유혈사태를 야기했던 터키에선 제2의 피바람이 예상돼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정권은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 등 2839명을 체포했다. 전직 공군사령관, 육군사령관 등도 포함됐다.
헌법재판관도 붙잡혔다. 터키 전역의 판사 2745명을 해임한다는 방침을 당국은 밝혔다. 또한 쿠데타 실패 직후 인근국인 그리스로 도망가 망명 신청을 한 군인 8명에 대해서도 송환을 요구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와 정당들아 사형제 부활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사형제 부활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예고대로 '숙청 피바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