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잇단 수주에 성공하면서 자구안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인 ENI사가 지난해 6월 발주한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입찰에 프랑스 테크닙(Technip),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FLNG는 해상에 계류하면서 천연가스의 생산과 처리, 하역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선박형 해양설비다. 발주한 FLNG는 연산 약 300만t 규모다.

ENI사가 개발하는 모잠비크 동쪽 해상 4구역의 천연가스 예상 매장량은 85조 입방피트에 달한다. 4구역에는 ENI의 자회사인 ENI이스트아프리카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 중 한국가스공사, 포르투갈 에너지회사인 GALP, 모잠비크 국영석유회사인 ENH가 각각 10%씩 갖고 있다.

총 사업규모가 54억 달러(약 6조2000여억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 입찰에는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서 뛰어들었으나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은 올해 1분기부터 ENI 측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놓고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사실상 이 사업을 수주했다고 보면 맞다. 10월께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업에서 삼성중공업의 수주 규모는 25억달러(2조8000여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이 사업을 최종 수주하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밝힌 올해 수주 목표액인 53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게 된다.

한편, 삼정KPMG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해 온 삼성중공업의 경영진단 결과를 지난 14일 산업은행에 제출했고 다음주 초에 채권단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설명회를 통해 경영진단 결과를 전달받은 후,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및 유상증자 규모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과 업계 등에서는 약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추가 자구계획을 실행하면 당분간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그간 1년 단위로 만기 여신을 연장해 주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를 3개월 단위로 축소하면서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현대중공업도 세계 최대의 반잠수식시추선을 발주처에 예정대로 인도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반잠수식 시추선 '오션 그레이트화이트(Ocean Greatwhite)'호를 발주처인 미국 다이아몬드 오프쇼어에 인도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2013년 6억3000만 달러에 수주한 이 시추선은 길이 123m, 폭 78m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잠수식 시추선이다.

최대 수심 3000m 해상에서 작업할 수 있으며, 에베레스트산(8848m)보다 깊은 해수면에서 1만670m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반잠수식 시추선은 드릴십보다 이동성은 떨어지지만 물에 직접 닿는 선체 면적이 작아 파도와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의 변화를 적게 받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운용사인 BP사는 10월부터 호주 남쪽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아만의 심해 지역에 이 시추선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시추선 인도는 최근 저유가 기조로 다수의 해양 프로젝트가 인도 지연 및 취소되는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또한 인도대금 약 4600억원이 들어와 현금 흐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발주처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업해 시추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며 "대규모 해양설비를 잇달아 인도하면서 공정이 안정화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도 적기에 건조,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19일 동시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난관에 직면했다. 여기에 자구안의 일환이던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인수 후보 물색에 나섰지만, 유력 후보를 찾기 쉽지 않아 삼성중공업 대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2분기에 전년 대비 14.8% 감소한 매출액 10조1747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출액은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 중 진행된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주부진의 여파로 조선해양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100억 달러 이상 감소했고 이로 인해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투자검토는 구조조정 및 수주회복 등을 확인한 이후로 미룰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