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를 무려 243억 파운드(35조원)에 인수키로 하면서 화제다. 이번 ARM 인수 합의는 2013년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를 216억 달러에 산 지 3년 만의 일이다.

19일 일본 언론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손 사장은 전날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계약에 대해 "지금까지 한 일 가운데 가장 흥분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006년에는 영국 보다폰그룹의 일본 자회사를 인수해 이동통신업에 뛰어들었다. 닷컴버블 붕괴에서 막 회복되기 시작했던 당시 소프트뱅크는 보다폰을 사려면 1조7500억엔을 조달해야 해 자금난이 심했다. 임원들에게 "두뇌가 고장 날 때까지 생각하라"고 고함친 그는 회사 자원을 총동원해 인수에 성공했다.

단순히 휴대전화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였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이 무선 인터넷에 쉽게 접속하는 시대를 예상한 그는 정보혁명의 파도를 타기 위해 도박한 것이었다.

1년 뒤인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손 사장의 베팅은 현명한 판단으로 결론 났다.

그는 애플이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를 개발한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스티브 잡스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소프트뱅크는 몇 년간 일본 내에서 아이폰의 독점적 판매처라는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2013년에는 스프린트를 샀다. 그는 미국의 다른 통신업체 T모바일도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당국의 반대로 좌절됐다. 스프린트의 실적 부진은 소프트뱅크의 큰 문제로 남아있다.

소프트뱅크의 매출은 10조엔(약 108조원)에 육박한다. 알리바바 등 아시아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손 사장의 제국 건설은 완성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손 사장은 자동차에서 공장 기계까지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ARM 인수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항상 감탄해왔던 회사"라면서 "소프트뱅크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의 95% 이상에 ARM이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반도체 포트폴리오 개선에 집중해왔다. 사물인터넷 기기에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것보다 작고 저전력 반도체가 쓰인다.

손 사장은 Iot에 대해 "패러다임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IoT는 모든 인류, 그리고 모든 제품에 크나큰 기회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인프라 등 반도체가 들어간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Iot 연결 기기는 2020년까지 385억대로 2015년(134억대)보다 2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커넥티드카는 ARM 반도체의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자동차가 스마트해지면 더 많은 칩이 차 안에 통합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특히 그렇다"면서 "자동차는 그 자체가 수많은 칩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다. 그래서 ARM은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브렉시트 이후 엔화 대비 파운드화가 급락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ARM의 전·현직 CEO를 여러 번 만났지만 ARM의 이사회 의장은 2주 전에서야 만났다고 시인했다.
 
손 사장은 자신이 "큰 베팅"을 했다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영국에서 단물만 빨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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