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 반대"…'9월 23일 총파업' 예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1차 결의대회를 열어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이번 파업 움직임은 오는 26일 2차 결의대회를 거쳐 9월 23일 총파업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1층 로비에서는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1차 결의대회'가 열렸다. 붉은색 머리띠와 투쟁구호가 적힌 조끼로 복장을 통일한 조합원들은 로비 중앙에 자리를 잡고 10시부터 결의대회에 돌입했다.

   
▲ 20일 전국은행연합회 1층 로비에서 개최된 금융노조 총파업 1차 결의대회 현장에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끝난 뒤 단상에 오른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9일 전체 조합원 9만 51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 결과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총파업 등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의 약 87%가 참여해 95.7%의 압도적 지지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10만 금융노동자가 저와 동지들께 보내는 중요한 명령"이라며 "우리의 삶과 일의 터전을 황폐화 시키려는 성과연봉제를 분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쉬운 해고'의 사전작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다른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계좌이동제, 청년희망펀드, ISA등 엉터리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과당경쟁이 일어나 노동 강도가 살인적으로 변해버렸다"며 "9월 23일 총파업에 (정부와 당국이) 놀라 자빠질 정도로 모두 참석해야 성과연봉제를 분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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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지부 서성학 위원장은 그동안 진행된 당국과의 교섭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서 위원장은 "교섭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면서 "밀실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금융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았다"며 "(성과연봉제가) 하영구 회장에겐 소신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목숨"이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결의대회는 김근용 외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의 발언과 결의문 낭독, 파업가 제창 등을 순서로 마무리됐다. 결의문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임금동결, 성과연봉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 저성과자 퇴출과 신입직원 초임조정 등의 안건이 철회될 때까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각 산별노조 중에서 상당히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작년 노사정 대타협 시에도 금융노조는 타협 파기 직전까지 정부와 노조 측 사이에서 이른바 '중도적' 입장을 취하다 마지막에 가서야 파기 쪽으로 선회했다.

그런 금융노조가 보기 드문 기세로 총파업을 주장하는 데에는 성과연봉제가 결정적인 도화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노조의 입장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일반 행원들까지도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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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한 행원은 "가뜩이나 성과로 표현이 안 되는 일반 제신고나 공공성 업무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성과연봉제까지 도입하면 제1금융의 존재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아마 돈 안 되는 장사는 안하려고 피해 다닐 것 같다"는 말로 성과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지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일방적이라는 게 문제"라면서 "이렇게 급하게 진행하기보다는 은행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성과 측정의 방법을 강구하고 그에 대해 보다 폭넓은 대화를 먼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 측은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의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시중은행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이번 주 중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특별한 의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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