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23일(현지시간) AFP통신들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 후 처음으로 회동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캄보디아의 반대로 남중국해 관련 공동선언문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부터 아세안 관련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모인 아세안 10개국 외교관들은 현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아세안 공동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 친중 국가로 꼽히는 캄보디아가 10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동남아 외교관은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면서 "캄보디아는 심지어 과거 성명에서 나왔던 법적·외교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언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공동선언문 초안의 다른 항목과 달리 '남중국해' 부분은 아직도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캄보디아는 2012년 자국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이는 아세안 출범 이후 내분으로 공동선언문 채택이 무산된 첫 사례였다.

다만, 역시 친중 성향을 보여 온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달리 공동선언문 채택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오스가 올해 회의 의장국으로서 가급적 중립적 태도를 보일 필요성이 있는데다, 만장일치에 의한 의사결정 원칙 때문에 캄보디아만 확실히 반대해도 어차피 공동선언문은 채택될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아세안 회원국이 친중과 반중으로 나뉘어 주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선 지역공동체로서의 아세안의 가치와 입지가 퇴색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세안은 지난 19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PCA 판결 당시에도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무산됐고, 지난달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가 돌연 철회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리처드 헤이더리언 필리핀 라살대 교수는 "아세안은 태생적, 제도적 마비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핵심 회원국 사이에선 중국이 작은 회원국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불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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