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은 27일 김 부장검사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죽음 같은 안타까운 일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검찰 내부 문제를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조직 안팎의 의견을 모아 부장검사 이상 등 관리자급 검사의 역할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평검사들이 조직 상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 김홍영 검사는 숨지기 전 친구들에게 김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 때리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등 부당대우를 당했다고 말했다. 과다한 업무량에 심각한 스트레스도 호소했다. 

5일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원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김홍영 검사의 죽음에 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찰청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 검찰 일각에선 "김홍영 검사와 같은 일은 모두 한 번씩 겪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강압적 지휘와 무조건적 복종이 만연한 검찰 조직에선 흔한 일이란 얘기였다. 

법조계에선 이런 '조폭'같은 문화가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피라미드 지휘 구조에서 나온다고 본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하달되기만 할 뿐 아래에서 위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됐던 검사동일체 원칙이 사라져 형식적으로는 검찰총장과 검사로 모두 분류되지만 사실상 검찰 조직은 철저한 위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구조에서 평검사는 상사로부터 폭언과 모욕 등 부당대우를 당해도 꾹 참거나 이런 문화를 아래로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 김홍영 검사의 죽음에 동기 검사 등 젊은 법조인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낸것이 이례적 일로 평가받는 이유다.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많은 검사가 아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수있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새로운 뭔가가 이뤄지는 게 아들의 명예를 되찾을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홍영 검사는 유서에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의 압박감을 토로했다. 김 검사의 부모는 아들이 상사의 폭언과 모욕에 자살로 내몰렸다며 6월1일 사실을 밝혀달라고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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