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시민단체 관계자와 쌍용차 해고자 등이 경찰의 불법 행위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임대호 판사는 강모씨 등 6명이 "위자료 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강씨 등 4명은 지난 2013년 5월 29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꽃보다 집회'를 준비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 문화제 성격의 행사였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대한문 화단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을 일렬로 세워 화단을 에워쌌다. 이를 두고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며 충돌했다. 2시간 가까이 대치가 이어지면서 집회는 결국 무산됐다.

강씨 등은 "경찰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이 화단 앞에 일렬의 인간 띠를 만들었을 뿐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이나 위해를 가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경찰이 점거한 공간이 집회 개최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인지에 대한 증명도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점거에 항의하며 격렬히 대치하는 바람에 집회가 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때문에 집회 개최가 다소 불편하게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회 개최가 전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씨 등 2명이 "경찰이 기자회견 장소를 점거해 임시분향소 강제철거 규탄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대한문 앞 인도를 점유한 것은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된 천막과 임시분향소가 재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이 점거하는 동안 기자회견 주최자가 마이크를 사용해 자유롭게 발언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면 경찰의 공간 점유로 기자회견이 불가능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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