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음주 상태로 순찰하다가 부하 직원과 언쟁이 붙어 폭력을 행사한 경찰이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법원이 기각했다.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에 따르면 서울 모 경찰서 교통과장 A경정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판결문을 보면 A경정은 2014년 10월 27일 서울 잠실의 중식당에서 열린 보안협력위원회 월례회의 자리에서 고량주 3잔을 마신 뒤 인근의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해 팀장 B경위가 근무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하고 "똑바로 하라. 왜 근무일지를 정리하지 않고 다니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B경위는 작성된 근무일지를 보여주며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한 뒤 옆에 있던 C경장에게 음주 감지기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에 A경정은 화를 내면서 B경위의 상체를 양손으로 밀어 센터 밖으로 내보낸 뒤 B경위에게 소리를 지르며 양손으로 B경위의 가슴을 서너 차례 밀쳤다. 

A경정은 또 2014년 6월 무렵부터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야간에 수시로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해 무전 지시를 했으며,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신다는 민원으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A경정은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업무시간에 술을 마셨다는 부분은 조사가 철저히 되지 않아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와 징계가 견책으로 변경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경정은 고도의 윤리성 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이자 모범을 보여야 할 상급자임에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적을 하고 이에 항의하는 부하 직원에게 거친 언사와 물리력을 행사함으로써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조직 화합을 해쳤다"며 "견책은 국가공무원법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중 가장 경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수시로 술을 마시고 순찰을 했다는 사실은 일시나 횟수가 특정되지 않아 적법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