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이웃집 부부를 폭행하다 남편을 숨지게 만든 50대 남성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 피해자 부인에게 뒤집어 씌우려던 사실이 발각됐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수년간 이웃집 부부를 폭행한 결과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이모씨(57)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북 임실군 성수면에 살던 이모(57)씨는 옆집에 살던 김씨(56) 부부를 불러 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김씨에게 술 심부름을 시켰다.

김씨 부부는 이씨 형이 살던 집에 월세를 내지 않고 얹혀 살던 신세였으므로 평소에도 빨래나 술 심부름 등 이씨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랐다. 

김씨는 건강상 문제로, 부인 한모씨(44)는 일반인보다 지능이 낮아 변변한 직업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가 사온 술을 마시던 이씨는 갑자기 이들이 평소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한씨의 눈과 머리 등을 나무지팡이로 수차례 때렸다. 이어 김씨에게도 나무지팡이를 휘둘렀고 수십 분에 걸쳐 폭행이 이뤄졌다. 

온몸에 멍이 든 김씨는 이씨 대문 앞에 쓰러졌다. 한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이씨는 김씨 집에 전화해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지시했고, 남편이 집에 오지 않음을 뒤늦게 확인한 한씨는 이씨 대문 앞에서 남편을 발견, 숨진 것을 확인했다.

우는 한씨의 목소리에 달려나온 이씨는 김씨의 주검을 발견하고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뒤 알리바이를 지어내 한씨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이씨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부부싸움을 하던 한씨는 남편에게 맞았고, 한씨와 싸우던 중 김씨가 쓰러진 것으로, 이씨의 잘못을 덮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한씨와 주변 이웃들 증언을 토대로 이씨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전날 부부와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 조사결과 한씨는 안와골절 등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으며 김씨는 부검결과 두부 손상과 쇼크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이날 하루 폭행을 당해 숨진 것이 아니라 그간 수차례 맞은 충격이 쌓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