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통일전략 북 수용안해…흡수통일도 한국경제 '사회주의화' 위기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대동강 기적'의 새로운 통일전략

한국의 통일전략상의 핵심 정치경제 체제는 자유민주주의(헌법 4조)와 시장경제(헌법 119조 등)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 체제가 마치 통일은 물론 북한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인양 주장하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이에 기초한 그동안의 통일학 패러다임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체제는 북한 지배층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기득권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민주주의의 평등이념과 시장경제의 차등원리는 항상 상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체제가 북한의 경제적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론적, 경험적인 근거 또한 희박하다. 따라서 북한 지배층의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인센티브 또한 없다. 셋째로 만일 북한이 이 체제를 받아들여 통일에 합의하든지 아니면 현재의 극단적 일인독재 체제가 완전히 실패하여 불가피하게 흡수 통일을 하게 될 경우, 한반도에 정착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되는 정치경제 체제는 ‘악성’ 사회민주주의 체제이다.

그 까닭은 이미 오랫동안 거의 절반 이상의 국민이 경제적으로 좌경화된 한국이 극단적 사회주의 일인독재 체제 속에 70여 년을 살아온 북한 주민과 합쳐진다면 일인 일 표의 민주정치의 속성상 한국 정치경제 체제는 급속도로 경제평등을 추구하는 ‘악성’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흡수통일 시나리오하에서 통일비용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할 것이며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할 것이다.

   
▲ 북한이 인권유린을 배제한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로 전환한다는 조건하에 김정은 정권 등 현 지배층의 주도 아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박정희식 국가경제운영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하고 한국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남북통일 문제에 있어 가장 큰 딜레마는 북한이 실패한 국가라는데 있다. 우선, 북한이 경제는 물론 국제정치적으로도 실패한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어 독자적으로 통일문제를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고, 다음으로 실패한 국가로서 잃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체제의 생존을 오로지 핵이라는 자폭수단에 의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동안 통일에 앞서 북한 지배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경제가 도약을 통해 짧은 기간에 일인당 소득 만달러 정도로 성장하여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동시에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노” 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핵보유의 기회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여 실질적으로 핵을 무용지물화시킴으로써 북한을 정상국가화하여 한국, 북한 주민, 그리고 북한 지배층, 3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통일의 길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로 북한이 인권유린을 배제한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로 전환한다는 조건하에 현 지배층의 주도 아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박정희식 국가경제운영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하고 한국도 이를 적극 지원하여 대동강 기적을 일으킴으로써 북한의 경제발전과 정상국가화를 앞당겨 최소의 통일비용으로 정치사회적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협력을 통한 경제적 통합을 먼저 이루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의 정치사회적 통일은 북한의 경제적 도약 이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동강 기적 패러다임'은 김정은 정권 등 북한의 현 지배층이 선의의 독재자로 변신하여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설득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떻게 북한지배층으로 하여금 이 패러다임을 수용하게 할 것이냐 이고, 다른 하나는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첫 번째 문제는 ‘대동강 기적 패러다임’은 북한의 현 지배층이 선의의 독재자로 변신하여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설득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남한을 적화시키지 못하는 한-현재의 북한 지도층이 중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보장받을 길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핵은 비전이 없는 자의 자폭수단이기 때문에 성공한 지도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폭수단의 유용성은 반감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제는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 해소와 대북 억지력의 강화를 통해 남한의 인민민주주의화라는 꿈이 허망한 것임을 자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전제하에 현재의 대북 압박의 채찍을 지속 강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대동강 기적의 당근을 적절히 구사하여 북한을 정상국가의 길로 유도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이 글은 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코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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