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따른 수익성 추구 투자행태 기인, 미 대선 및 금리인상 상방리스크 잔존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아시아 주요국 중 유일하게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회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한국 CDS 프리미엄은 50bp를 기록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699bp)으로 급등했지만 현재는 유일하게 위기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2008년 1월말)과 현재(2016년 7월27일)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57bp에서 112bp로, 일본은 15bp에서 36bp로, 말레이시아는 73bp에서 142bp, 태국은 89bp에서 94bp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들은 지난해 8~9월 중국 주가급락 등 역내 금융시장 불안 확산, 올해 1~2월 위안화 불안과 유럽은행권 우려 부각 드응로 단기적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자국 내 사정에 따라 변동률이 천차만별이다.
올해들어 중국(+4%)을 제외하고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은 -9%, 말레이시아 -22%, 일본 -27%, 태국 -33% 순이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의 하향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개선 △양호한 경제 펀더메널 등으로 한국물에 대한 대체 투자처 인식 강화 △북한 리스크 학습효과 등으로 꼽힌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고수익 투자성향이 강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개선돼 신흥국 가산금리가 하락했다. 올해 가산금리는 38bp로 낮아지고 선진국 주식시장 변동성 지수 VIX, V2X도 각각 6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양호한 대외건전성, 국가신용등급 상향, 관리가능한 국가부채 인식 등으로 한국물에 대한 선호도 증가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아시아 주요 10개국 부채 취약성 점검에서 한국은 고위험국에서 중위험국으로 재분류됐다"면서 "집단대출 규제 등으로 가계부채의 질적개선 기대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김효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관들의 외화채 발행이 다수의 해외투자자로부터 상당한 수요를 이끌어내는 등 한국물이 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Brexit) 이슈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 한국가스공사(9억 달러), KT(4억 달러), 부산은행(2억5000만 달러), 국민은행(5억 달러) 등이 외화채 발행을 성공했다. 특히 KT의 경우 총 35억 달러가 몰려 8.75대1의 청약배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 리스크에 있어서도 참여자들의 학습효과 등으로 CDS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CDS 프리미엄은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단기 고점을 기록하는 등 북한 도발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2013년 이후 민감도는 비교적 약화됐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금물이다. 헤지수요 증가, 미 대선 불확실성, 미 금리 인상 등 상방리스크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한국 외평채 CDS 거래잔액은 올해 6월 초 9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 청산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한국 CDS 거래잔액은 올해 6월 고점 경신 후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장기적으로 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아시아 CDS 거래규모는 태국(+45%), 한국(+30%), 말레이시아(+27%)가 급증한 반면 중국(-8%), 일본(-29%)은 감소하고 있다.
북핵과 중국의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등 대외변수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만큼 한국 CDS 시장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CDS 거래자들은 올해 2월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될 때 매도거래로 이익을 보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CDS 프리미엄 하락으로 헤지비용이 감소해 CDS 헤지수요가 재차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물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CDS 가격하락에 따른 헤지비용 감소 등이 헤지수요 증가로 이어져 CDS 프리미엄의 상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미국발 불확실성도 걱정이다. 미구 대선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한 외교, 경제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비인다. 트럼프 후보 당선시 한국 CDS 프리미엄 상승압력 증가가 예상된다.
노무라에 따르면, 미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안보의식 등은 한국경제에 비우호적인 대미 경상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한반도 안보위험 증가 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점쳤다.
여기에 과거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CDS 프리미엄이 일제히 상승했던 만큼 9월 미 금리인상 때 최근 하학추세의 반등 여지도 상당하다.
이밖에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경기 전망 악화, 유럽 난민문제, 브렉시트 이후 지역공동체 통합저해 가능성, 테러의 경기위축 파급효과 등도 CDS 시장의 가격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크레딧물에 대한 해외시각이 긍정적이나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따른 수익성 추구 투자행태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면서 "향후 미 대선과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의 위험회피성향이 강화되면 CDS프리미엄의 반등여지가 상당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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