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중국의 한류 제동은 사드보복일까?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의 후폭풍일까?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를 놓고 내정간섭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류스타들의 중국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중국 인터넷과 문화전문매체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한령'이란 한국 콘텐츠나 한국 스타들의 출연을 제한하라는 지시가 광전총국 등 상급기관에서 내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류행사를 추진하던 인터넷 매체나 행사 주최측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가운데 "불가항력적인 이유"라고만 밝혔다.
사드로 한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는 함구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권유성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사실상 보복성 압력행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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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로 애틋하게' 주인공 김우빈·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갑작스레 취소돼 사드보복이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우빈 수지뿐 아니라 유인나 이준기 와썹 스누퍼 김희철 등도 중도하차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사진=함부로 애틋하게의 김우빈 수지. |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는 지난 6일로 예정된 '함부로 애틋하게'의 남녀주인공인 김우빈·수지의 현지 팬미팅 행사를 사흘 앞두고 갑작스레 무기 연기했다. 유쿠는 거액을 들여 '함부로 애틋하게'를 한·중 동시상영중인 사이트로 김우빈·수지의 팬미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5일로 예정됐던 걸그룹 와썹의 중국 공연도 돌연 취소됐다. 그룹 스노퍼의 소속사도 21일로 예정됐던 둥팡 위성 TV프로그램 'AIBB' 출연과 이달말 베이징 패션 브랜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후난위성TV에서 방영예정인 한·중 합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 출연했던 탤런트 유인나의 분량 전체가 삭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베이위성TV의 예능프로 '루궈아이3'에 출연했던 가수 김희철의 분량도 삭제됐다. 배우 이준기는 비자를 받지 못해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황옌시시리'의 중국 개봉 행사 참석도 불확실해졌다.
송중기의 드라마 출연 계획도 돌연 취소됐고 박보검이 출연한 광고는 때아닌 중국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박보검이 출연한 광고 '만리장성'은 '응팔'에서 바둑기사로 활약했던 인연으로 바둑을 두는 장면이다.
모 스포츠 브랜드가 제작한 이 광고는 상대 남성이 바둑에서도 박보검에 지면서 끝난다. 한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은 이를 두고 한국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책임을 따지는 여론조사까지 벌이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행사가 종종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특별한 이유없이 무더기로 취소된 경우는 처음이다. 한류스타들의 중국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연예기획사의 시가총액이 최근 3개월간 5000억 가까이 증발했다.
5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 문제를 빌미로 한류 콘텐츠를 제재할 것이라는 루머 이후 SM, YG, JYP, FNC 등 연예기획사들의 주가는 연이어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장기적 안목으로 한류 시장을 확대하려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경우 정치·외교적 이유로 경제·사회·문화 분야를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류업계가 중국의 시장에 기대 '차이나 드림'을 꿈꾸다가는 한순간 '차이나 리스크'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자칫 주권 수호와 중국 눈치 보기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 효과로 장밋빛만 꿈꾸던 한류업계가 이번 기회를 송중한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아닌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플랜을 짜야 한다는 조언을 주목해야 한다.
한류 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이란 예측불허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아시아 시장 전체를 아우르고,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시선을 아시아로 끌어오려는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이미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을 차기 거점으로는 12억 인구가 사는 인도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민낯을 봤다. 더 이상 '차이나 드림'은 그야말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기대감은 독이다. 이제부터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차이나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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