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틀째 불러 조사하는 등 현 경영진의 1200억원대 회계조작 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 CFO 김열중(58) 부사장을 6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전날 오전 9시 30분께 검찰에 출석했던 김 부사장은 이날 새벽 1시40분께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검찰청사에 불려나왔다.

앞서 새벽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부사장은 '회계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 '정성립 현 사장이 관여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1200억원 가량 축소 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전직 경영진에 이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던 현 경영진마저 거액의 회계조작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서면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점을 우려해 김 부사장 등이 영업손실액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업손실을 축소한 사업보고서는 올해 1∼3월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경제파트의 핵심 인사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이른바 '서별관회의'가 열린 것은 작년 10월이다.

검찰은 김 부사장 재소환 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인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정성립 현 사장의 소환조사 일정도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및 지원과 관련이 있는 채권단과 금융당국, 정부 기관에 대한 조사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강만수 전 행장 재임 기간을 전후해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 등 특정 인물이 강 전 행장의 압력으로 대우조선 고문으로 영입됐다는 의혹의 사실관계도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씨, 친이(이명박)계 이재오 전 의원의 특보 A씨,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모임 대표 B씨에 이어 군 장성 출신 등 다수 인사가 추가로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을 모두 들여다볼 예정이다"며 "강만수 산은 행장 시절 대우조선 관련 경영 컨설팅도 진행된 만큼 이와 관련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2곳에 100억원 넘는 돈을 부당하게 투자하도록 경영진에 압력을 넣은 단서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기초 조사가 끝나는대로 강 전 행장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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