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데려갈 때 울면서 감사하다고 인사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생애 마지막 식사로 햄버거를 먹고 쓰러진 4세 여아가 굶는 벌을 받았던 이유는 ‘오줌을 참아서’였다.

7일 인천 남부경찰서와 인천 모 보육원에 따르면 2012년 태어난 A양은 그해 부모가 이혼하자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지난 4월 할머니가 아프자 인천의 보육원에 맡겨졌다.

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선생님에게도 귀여움을 받으며 보육원 생활에 적응해가던 지난 7월 초 엄마 B씨(27)가 찾아왔다. B씨는 눈물을 보이며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A양은 집에 간 지 10일째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매를 맞기 시작했다. B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문지에 테이프를 감아 만든 몽둥이나 철제 옷걸이로 A양의 발바닥이나 다리를 때렸다.

지난달 29일 A양은 엄마의 직장동료인 C씨(27·여)와 그의 남자친구인 D씨와 함께 강원도 속초로 여행을 떠났고, 이달 1일 여행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혼났다. 여행 가서 오줌을 참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날부터 다음날인 2일 오전까지 B씨는 벌을 주겠다며 A양을 온종일 굶긴 뒤 햄버거 세트를 시켜줬다. 

그로부터 2시간 가량 지난 뒤 B씨와 함께 양치하던 A양은 갑자기 쓰러졌다. B씨는 "꾀병을 부린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바닥에 부딪히게 한 뒤 머리, 배,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으나 A양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제서야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한 B씨는 119에 신고하고 직접 심폐소생술도 했으나 119 구급대가 집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웃들은 구급차가 왔을 당시를 회상하며 아이가 숨을 거뒀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온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병원에 갈 때도 구급차에 함께 타지 않았다.

A양은 4일 화장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육원에서 잘 생활하는 딸을 굳이 데려와 왜 그렇게 때리고 학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계속 보육원에서 있었으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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