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여수 전국바다수영대회를 계기로 극도의 체력 소모가 뒤따르는 바다수영의 안전 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낮 12시 48분께 전남 여수시 소호동에서 열린 '제9회 여수 가막만배 전국바다수영대회'에 참여한 강모(64)씨와 조모(45·여)씨가 1㎞ 수영 도중에 갑자기 탈진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해경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우선 대회 주최 측의 안일한 경기 진행이 사고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전라남도와 여수시수영연맹은 안전관리를 위해 대회 구간에 제트보트와 카약 등 27척의 배와 안전요원 78명을 배치했다.
안전요원들의 역할은 대회 참가자들이 정상적으로 수영하는지, 체력적인 문제나 사고 위험은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또 대회 구간 안전관리선 외곽에는 여수해경이 선박의 출입을 통제하고 경비정 2척을 비롯해 순찰정, 구조대 보트 등 4척의 배를 동원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주최 측이 나름대로 안전 조처를 했다고는 하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장비 준비 등 세세한 조치나 초기 단계 대응은 안일하고 부실했다.
주최 측은 수영대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계인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통상적으로 수영대회에서는 사전에 체조강사의 지도 아래 단체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날 어떤 준비운동도 없이 경기가 시작됐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또 애초 30분 단위로 3개 그룹을 출발시키도록 예정된 것을 주최 측이 시간을 단축한다며 첫 팀이 출발한 지 5분 만에 다음 팀을 출발시켰다. 20여분 사이에 3개 팀이 잇달아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팀당 100여명이 아니라 3팀 300여명이 뒤섞여 오가다 보니 안전요원들이 제대로 안전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부 동호인은 이 때문에 심지어 반환점으로 가는 사람과 되돌아오는 사람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사례도 나타나 자칫 더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인명구조요원 교육용 교재에는 여름철 정오가 넘고 수온이 27도 이상이면 수영을 못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안전수영' 등의 교재에는 수상활동에 적합한 물의 온도를 20∼26도로 규정하고 '햇볕이 매우 강한 더운 한낮(정오)에는 수상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날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무시하고 낮 12시 넘어 경기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최 측은 이날 수온 측정도 하지 않았지만, 경기에 참가한 동호인들은 물에 들어갈 때 뜨거움을 느낄 정도로 수온이 높았다고 전했다.
주최 측이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매뉴얼을 마련, 이행했더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주최 측의 사고 관련 응급시스템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수영대회인데도 준비한 구급차와 심장 제세동기는 각각 1대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먼저 의식을 잃은 강씨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사이에 조씨가 의식을 잃고 육상으로 옮겨졌으나 구급차가 없어 119를 부르는 동안 20∼30여분을 지체해야 했고, 결국 아까운 목숨을 살리지 못했다.
숨진 조씨의 딸 김모(24)씨는 "엄마가 보트에서 실려와 심장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는데도 제세동기도 없었고 현장에 구급차도 없어 119를 부를 때까지 심폐소생술만 하는 동안에 30여분이 흘렀다"며 "사고 직후 대처만 빨리했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최근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극도의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바다수영대회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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