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품질, 생산부터 서비스까지 고객지향 품질주의 확고히 할 것”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 유럽순방일정을 마무리하고 임직원들에게 남긴 말이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러시아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놔도 지치는 여름. 무더위를 뚫고 급변하는 유럽사장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동안 호조세를 보이다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상황이 변한 시장 상황파악을 위해서 직접 움직인 것이다. 

이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경영방식인 현장경영을 통해 대외적으론 회사의 믿음감을 높이고 내적으로는 임직원들을 독력하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그의 전매특허 경영방식이다.

지난 2일 정몽구 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의 첫 방문지인 러시아를 시작해 슬로바키아를 거쳐 체코의 해외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을 둘러보는 3박4일간의 짧고 빠듯한 일정을 통해 유럽지역 판매 현황과 시장상황을 점검했다.

러시아 현지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은 이달 초부터 생산에 들어간 소형 SUV 모델 ‘크레타’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신모델 생산라인의 품질향상에 목소리 높였다.

러시아 시장이 오랜 경기침체 영향으로 산업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통해 러시아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고자 하는 정몽구 회장의 굳은 의지이다.

이 자리에서 정몽구 회장은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해 지금 우리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개관한 현대모터 스튜디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점점 고조되고 있는 축구 열기에 발맞춘 월드컵 마케팅을 펼쳐 러시아에서 최상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 정몽구 회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방문해 생산되고 있는 제품들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이어 슬로바키아 질리나시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하며 연일 강행군을 이어갔다.

정몽구 회장이 방문한 기아차 유럽공장은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 MPV ‘벤가’와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비롯해 작년 11월부터는 신형 ‘스포티지’가 신규로 투입돼 생산되고 있는 해외시장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에서 올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만8000여대를 생산했고 연말까지 총 33만5000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 유럽공장의 생산라인을 두루 둘러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품질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간 자신이 목소리 높여오며 현대차그룹의 핵심전력인 품질경쟁력의 향상을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정몽구 회장은 “지금껏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성장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 판매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시장도 하반기에는 불안요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두의 어려움인 만큼 좀 더 분발해 미래 선점을 통해 일류 자동차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유럽자동차 시장이 여러 악재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쟁력 있는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 SUV를 앞세워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판매 호조세를 지속 이어가야 한다”며 “전 세계 시장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이번 해외일정 마지막 행선지인 체코 현대차공장을 들러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품질 점검을 꼼꼼히 체크한 뒤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 현장경영을 마친 뒤 귀국직후 정몽구 회장의 첫 일정은 임원들의 긴급소집이었다. 

   
▲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자동차


3박4일간의 강행군을 마치고 귀국한 정몽구 회장은 그룹 임직원 600여명을 긴급 소집해 하반기 어려운 경영상황을 언급하며 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반기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려우니 전 직원이 긴장감과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각자 맡은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법인장 회의나 사장단 월례회의를 주재한 적은 있지만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중요한 유럽시장 상황이 좋지 안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한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이다가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최근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략적 중요도를 높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시장은 아중동, 브라질, 러시아의 수요 감소세가 심화되고 미국 성장도 둔화된 가운데 중국, 인도와 함께 올해 가장 중요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산업수요는 올해 상반기 9.1%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중국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했지만 하반기에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0.7%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유럽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것이 바로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 SUV다.

현대차는 다음달 중 신형 i30를 유럽시장에 처음 공개하고 본격 시장공략에 나선고 기아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K5 스포츠웨건’을 내달부터 유럽시장에 출시해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를 유럽시장에 출시하며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의 풀 라인업을 구축,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벌 4위 친환경 메이커로 성장한 저력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니로,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성공적 런칭을 통해 ‘친환경 3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에서 본격 승부를 겨루기 위한 토대를 다질 계획이다.

   
▲ 정몽구 회장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시장은 어렵지만 신차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을 상회하며 시장 우위를 높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투싼과 스포티지 등 SUV 판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이번 해외 현장경영일정에서 현지공장 주재원들의 사기증진을 위해 부부동반 만찬회를 열고 그간의 노고를 독려하며 어려운 글로벌 시장상황속에서 좀 더 분발해 줄 것을 주문했다.[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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