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가족과 함께 제3국으로 망명 신청한 외교관은 태용호 공사(minister)라고 영국 가디언이 16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북한대사관 공사 태용호와 가족들이 지난 7월 중순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태 씨가 덴마크 근무 당시 얻은 작은 아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태 씨와 그 가족들의 전화와 SNS 등이 모두 끊긴 상태이다.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인명록’에 그의 직급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으로 되어 있다. 
영국 BBC방송은 태 씨의 망명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직책을 부대사(deputy to the ambassador)라고 전했다. 

BBC는 태 씨에 대해 선전 담당이라고 소개하며, “그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아내 등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BBC는 또 “태 씨가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인들에게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에서 오해를 받고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용호 공사./일본 TBS 방송 캡처=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태 씨는 한 연설에서 ‘영국인들이 지배계층에 세뇌됐다’는 주장을 하다 비웃음을 산 일이 있다. 그는 당시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이 무료 교육과 무료 주거, 무료 의료가 제공되는 나라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대중매체가 내 나라에 대해 충격적이고 끔찍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일도 있다. 

이런 내용을 보도한 BBC는 “이러한 일을 했던 태 공사가 북한을 변호하는 임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태 씨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유럽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태 씨는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에서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태 씨가 바로 옆에서 에스코트하는 모습이 일본 방송 카메라에 잡힌 일도 있다. 

한편, 태 씨를 만난 일이 있던 한 BBC 서울·평양 주재 특파원은 그가 올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스티브 에번스 특파원은 이날 ‘내 친구 탈북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태 공사가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한 것이 마지막”이라며 “개인용도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특파원은 두 사람이 만난 시기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태 공사는 임기가 끝나는 올여름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가족과 함께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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